파리, 그 진부한 낭만에 대하여
점점 추워지는 바람에 코트를 여몄다. 어쩐지 욕심이 생겨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진 나는 거리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천막 안쪽에 알전구가 달린, 낡아서 빛이 바랜 금색의 의자가 놓여있는 카페가 보였다. 하루종일 걸어다녀 힘들었던 건지 새삼스럽게 달콤한 것이 먹고 싶어 자리에 앉자마자 디저트 메뉴를 찾았다. 크렘브륄레와 카페크렘을 주문하고서 책 몇 장을 뒤적였다.
오래지 않아 준비된 크렘브륄레는 내 생각보다 훨씬 컸지만 달지 않아 좋았다. 잘 구워진 설탕층을 톡톡 깨어 크림을 듬뿍 떠먹었다. 질척거리지 않는 깔끔한 단맛이었다. 달콤한 맛이 피로를 녹였다. 이따금씩 입안이 달아질 때는 커피를 마시면 되었다.
갑자기 비가 내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천막 사이로 빗방울이 들어왔다. 커피는 빠르게 식었다. 차가워지기 전에 다 마셔버리고는 책을 펼쳐 읽고 있는데 매캐한 연기가 끼쳤다. 옆 테이블의 커플이 나란히 피워대는 담배였다. 바람이 내 쪽으로 불었기에 담배 연기는 계속 냄새를 풍겼다.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렸는데 이내 그 탁한 연기 사이로 알싸한 맛이 돌았다. 비 때문에 눅눅해진 공기는 담배 연기를 적당히 짓눌러 기분을 차분하게 하고, 흐린 먹구름과 비바람은 테이블 위의 촛불을 일렁이게 했다. 담배 냄새를 맡으니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담배 냄새를 맡으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지갑이 가벼워 담배 피울 엄두는 나지 않지만 깔끔하지 않고 사나우며 날카로운 담배 냄새는 아무 상관관계 없는 무엇이라도 쓰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분명하지 않고 흐릿한 무언가에 덮여 있어 자꾸 손끝으로 들춰보고 싶게 한다. 글을 내뱉고 싶을 때 문득 담배 생각이 난다. 담배를 피웠다면 글을 지금보다 많이 써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