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쉽게 넘어가지 않은 게 내 삶인 것 같다. 모두가 한 번에 끝내는 일마저도 나는 그렇질 못 했다. 두배 세배 더 열심히 노력하고 참아내야 겨우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다. 항상 주위를 살피고 내 위치를 확인하고 얼마만큼 왔는지 또 얼마를 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살피며 어깨에 승모근을 키운다. 평탄하지 않은 삶은 마음의 근육을 키웠고 근육이 커질수록 나는 생기를 잃어갔다. 스트레스를 풀어내야 하는데 어떻게 풀어낼지 몰라 울다 쓰러지고 괜찮지 않은 괜찮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냈다. 나에겐 휴식이 필요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식이라고 하면 직장에 휴가를 내고 시간을 내서 계획을 세우고 맛집을 검색하고 호텔을 예약하는 것을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런 여행을 좋아한다.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느낌과 생각으로 머물면서 몸도 마음도 편안함을 느낀다.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고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지금까지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으니 여행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여행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휴식 방법이 아니다.
작정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삶에서 중요한 일이지만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즐기는 휴식의 맛도 무시할 수 없다. 일과를 시작하기 전 잠깐의 여유 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눈을 감고 즐기는 5분 명상, 점심 먹고 잠깐 조는 20분 낮잠 시간, 하루 일과가 끝나기 전 10분의 숨 고르기 시간처럼 피로하고 지친 몸을 충전할 수 있는 작은 휴식 시간들이 활력을 더해준다. 따뜻한 차 한잔을 친구와 함께하며 나누는 시간, 주말 아침 공원을 산책하며 느끼는 자유로움과 자연을 느끼며 얻는 충만한 느낌,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포근한 이불속에서 느껴지는 감촉,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고민하다 결제한 택배를 기다리는 설렘을 느끼는 것 또한 또 다른 휴식이 될 수 있다.
휴식은 거창한 계획에 따라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최고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풀코스 음식을 먹는 것보다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마음이 더 즐겁고 편안할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우리의 휴식의 품격을 결정한다.
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늦은 밤 시간 깨어있는 것이 아니다. 그 시간까지 치열하게 뭔가를 하기 위해 일부러 깨어있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밤 시간은 힐링이고 휴식이다. 그 시간은 열심히 살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이다. 지치고 힘든 하루를 산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며 가끔 색칠 놀이도 한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글을 쓰기엔 이보다 좋은 분위기가 없다. 나의 휴식같은 밤은 창조의 밤이 된다. 내일 해결할 중대한 일에 불안하고 두려울 때도 이 시간을 통해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1시 30분까지 나에게 주어진 보너스 시간은 최고의 휴식 시간이 되는 것이다.
잠깐이라도 몸과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만큼 완벽한 휴식은 없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밤 시간에 느낀다. 나를 온전히 내려놓고 오직 나 하라로만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밤의 에너지를 나에게 충전시킨다. 나를 가장 나답게 충전하는 시간. 나의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밤의 고요한 시간을 좋아한다.
행복한 꿈이 그 때 시작되기 때문이다.
-앤 브론테-
I love the silent hour of night.
For blisssful dreams may then arise.
-Anne Bro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