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가져다준 긍정 에너지

by 이작가



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밤을 사랑하고 난 후 다음날의 깊은 다크서클을 처음부터 내 피부였던 것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늦은 밤까지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음날 일과에 지장을 주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만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는 모순된 행동을 볼 때마다 아침형 사람을 꿈꾸며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또 나는 평안을 주는 밤의 고요함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린다.


모두가 잠들고 난 고요한 밤. 어제와 같은 어느날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10분, 20분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에 놀라 눈을 뜨고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얼른 눈물을 닦는다. 밤에는 감수성이 예민해지기도 하지만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던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갑작스러운 눈물에 혼란스럽지만 그 조용하고 고요한 평화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눈을 감는다.


다시 한번 확인. 나는 밤을 좋아한다. 하지만 밤이 주는 즐거움에 취해서 해야 할 일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즐기기만 할 수 없다. 밤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식은 커피가 목을 타고 흐르는 느낌도 좋지만 새로운 작정을 한 오늘은 따뜻한 커피를 제대로 타 마셔겠다. 그렇지. 진하고 따뜻한 커피가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밤을 더 깊게 만든다. 이제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밤을 즐겨보자.


잠을 자지 않는 밤 때문에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 둘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하다. 피곤이 쌓여 일에 집중을 하지 못 한다. 더 늦게까지 깨어 있던 날은 정신이 멍하다.' 좋아하는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밤 시간을 즐긴 대가는 눈에 보이는 것처럼 조금씩 나를 망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결심한다. 나의 밤을 제대로 사랑하자.


예쁜 종이에 밤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하나하나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할 일도 정리해 나갔다. 밤 시간을 즐겁게 지내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건 내 몸과 하나가 된 다크서클밖에 없었다. 일에 대한 성취감도 즐거움도 느낄 수 없었다. 즐기고 있다던 밤을 제대로 즐기고 있었는지도 애매하다.


며칠 밤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깊은 밤이 주는 고요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제대로 밤을 즐기는 방법을 생각한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겠지만 오롯한 나만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고 싶어 졌다. 시간보다 밀도 였고 길이보다 깊이 였다. 단순히 깨어있지 말고 깨어 있는 동안에 몰입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11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를 보너스 시간으로 설정하고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로 한다. 조용히 앉아 명상을 하면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내일 해야 할 일들을 미리 계획해보고, 풀리지 않았던 일들을 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기로 한다. 마치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된 것처럼 1시 30분이 되면 책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글이 아무리 잘 써져도 아이디어가 샘솟아도 시간을 지키기로 한다. 단, 너무 재미있고 너무 샘솟으면 30분 연장은 인센티브로 보자.


11시 30분. 진짜 내가 되는 시간이다. 미뤄 둔 책을 읽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끝까지 다 읽고 싶지만 1시 30분이 되면 잠자리에 든다. 약속한 대로 7시 30분에 일어난다. 조금 피곤하지만 뿌듯하다. 커피 한잔을 타마시고 자는 아이들을 깨운다. "좋은 아침이야. 어서 일어나야지. 우리 아침은 뭐 먹을까?" 밝게 아침 인사를 하는 나를 보고 아이들이 어리둥절해한다. '이녀석들아, 뭘 그리 놀라나. 앞으로는 이런 엄마를 매일 볼 수 있을 거야.' 기분이가 좋다. 나는 원래 이렇게 밝은 사람이었다. 놀랄 것 없다.


하루 만에 직장 생활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늘 하던 대로 밤 시간을 보냈지만 계획을 하고 그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며 느끼는 감정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 같았다. 피곤한 몸으로 겨우겨우 버티던 생활에 조금씩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음날 할 일들을 밤 시간에 미리 생각하고 정리해 놓으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가 기대되고 설레기까지 했다. 밤 동안 준비해 놓은 오늘을 설레는 마음으로 살기 시작하니 삶이 즐거워진다. 거울 속 침침했던 얼굴이 화사한 봄꽃처럼 생기롭다. 나는 원래 이렇게 생기 있는 사람이었다. 놀랄 것 없다.


언제나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괴물들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린 것처럼 지친 삶을 겨우겨우 꾸려왔다. 그런 나에게 에너지가 조금씩 충전되는 느낌이다. 다음 날을 걱정하며 잠을 자고 하루를 걱정하며 아침을 맞이하는 삶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가볍고 홀가분해졌다.


밤의 고요함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음에 쌓인 것들을 털어낸다. 그리고 내일을 계획하고 준비하며 새로운 꿈을 꾼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 다움을 찾아간다. 그리고 1시 30분이 되면 긍정 에너지를 가득 충전한 채로 잠자리에 든다.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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