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까지 일하고 왜 잠은 안 자요? 피곤하지 않아요?"
"네. 피곤하지 않아요."
밤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면서 오히려 피곤함을 잊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었고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 자존감 또한 높아졌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작가님이라는 말을 들으며 어깨도 으쓱해졌다. 다음날 있을 중요한 일에 대해 미리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일에 능률이 오르고 자신감도 생겼다.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리뷰를 올리기 시작하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인스타 아이디 : lee_hyo_jin0622 ) 밤 시간을 제대로 보내며 이렇게 확실한 결과물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밤 시간을 포기할 수 있을까?
밤 11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나는 하루를 더 길게 사용한다. 그 시간은 내가 주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나머지 시간은 가족의 구성원으로 직장의 구성원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다. 어떤 일이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의 밤 시간은 내가 주도할 수 있다. 모두가 잠든 시간.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 시간. 오직 나만 나에게 관심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는 시간인 것이다. 나만 존재하는 시간.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만의 속도로 움직여도 되는 시간. 자유로움으로 가득한 시간이다.
나와 약속된 시간 11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를 잘 지킨다면 나는 언제고 그 소중한 시간에서 주인이 될 수 있다. 그 시간 동안은 내가 여왕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그 시간을 관리하고 그 시간에 일어난 일들을 책임지는 시간의 여왕. 읽고 싶은 만큼 읽고 쓰고 싶은 만큼 쓴다. 음악을 들으며 음악 속에 빠져 90년대 팝송까지 거슬러 올라가 듣고 나서야 기분이 좋아진다. 딸아이가 하는 드로잉북을 가져다 그리기도 해 보고 내친김에 색칠까지 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 시계의 초침 소리가 메트로놈이 되어 박자를 맞추고 나의 심장은 평온하게 뛰며 나의 정신은 자유함을 누린다.
밤 시간 동안 내일 해야 할 일을 천천히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일을 머릭 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본다. 내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놓았던 일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쳐도 크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내 행동에 여유를 준다. 미리 생각해 놓은 주제이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밤의 고요함은 나를 방해하는 모든 요소들이 자취를 감춘다. 모두가 깨어있는 시간에는 절대 생각나지 않던 아이디어들이 쉴 새 없이 솟아난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의 속도를 따라가기엔 옮겨 적는 손의 속도가 야속하기만 하다. 낮에 있었던 문제들을 되짚어 보며 나의 경솔함을 반성하기도 하도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도 한다. 이 시간의 명상이 없었다면 오해로 끝나고 말 일들이 부드럽게 해결되기도 한다. 밤의 축복을 사양 말고 누려보자. 밤을 지배하는 자, 내일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밤의 일은 낮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낮에는 그것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The thing of the night cannot be explained in the day
because they do not then exist.
-Ernest Heming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