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의 아카시아

by 이작가

< #십이월의아카시아 >
#박정윤
#책과강연


“아주 오래전부터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기만 했다.
습관처럼 잃어버리기만 했다.
바보처럼 지키지도 못할 것을 원하기만 해 놓고도
또 혼자 착각을 했다.
잃어버리고서 내 것이라고 착각을 했다.”


누구에게나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련을 피할 길 또한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과 아픔을 겪게 하는 것일까?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 그리고 예견된 피할 길이 있다면 왜 가슴을 찢어가며 아파하고 슬픔을 도려내며 견디게 하는 것일까?

세월이 흘러가면 그에 따라 모든 일들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지나가는 순간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오히려 노력하기도 한다. 무의식에 흘려보내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지만 세월은 또 그런 마음을 가만두지 않고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기억을 지워낸다. 망각은 신의 선물이기도 하지만 때론 아픈 형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리운 것은 여전히 그립다. 그립다는 말로 다 담아낼 수 없듯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이 여전히 그립다. 흐릿해서 그 흔적조차 희미해졌지만 그리운 마음은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되어 온 몸을 흐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그렇게 쉽게 무뎌지지 않는다.

해가 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처럼 그리움을 버리고 버려도 마음속에 늘러부터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마음속을 가득 채운 그리움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렇게 슬픔과 아픔 그리고 그리움에 단단해진 마음은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을 첫 번째 세상으로 여기며 자란 아이들의 눈을 바라본다면 그 어떤 시련과 아픔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방암 판정과 수술 그리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작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읽고 쓴다.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이 문장들 속에 잘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읽다가 멈추기를 몇 번 했는지 모른다. 깊이 생각하고 음미하며 마음속에 담아 둘 문장들이 삐죽삐죽 고개를 든다.

죽음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생각을 했을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죽음의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아카시아 아래에서 아카시아 꽃잎이 날리고 아카시아 향기 가득한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날 죽었으면 좋겠다고. 죽어서 아카시아가 되고 싶다고 한다. 작가가 왜 아카시아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Let’s go!!



“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잠 못 이루는 것이다. 잠 못 이루는 달밤에 밤은 더 검도 달을 더 희다.” 49p

“ 사랑했고, 사랑받았고, 남은 날도 사랑하며 내가 가진 사랑과 내가 가진 사람과 내가 가진 것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며 다시 오지 않을 날과 남을 날들을 소중히 쓰기 위해 오늘도 지금 이 순간을 아프게도 기쁘게도 살아간다.”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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