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 맴... 맴맴매애애애애맴....
집에 가는 길이다.
내가 걷는 건지, 땅이 움직이는 건지
가히 뜨거운 찜통 속에 담겨 있는 듯
'30분은 됐겠지?'
핸드폰은 고사하고 시계 하나 없는 8살 아이는
친구와 헤어지고 타박타박 집으로 향하고 있다.
'분명 오늘도 책가방 위에 송충이가 꾸물거릴 거야'
아이를 생각했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드디어 우리 집이 보인다.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쨍했던 시야가 어둑해지면서 눈앞이 핑 돈다.
한여름 하굣길은
아찔한 엷은 현기증으로 마무리된다.
냉장고 안 델몬트 주스병에 담긴
시원한 보리자 한 잔이면 금세 나아졌다.
엄마가 벌게진 내 볼을 비비면서 내어놓은
지금도 흉내 낼 수 없는 기막힌 맛의 미숫가루가 그립다.
그 시절 뙤약볕은 유난히도 그리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