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공항은 늦은 오후 비교적 한산했다.
브래들리 터미널에서 내려 스위스항공 카운터에 가니 600불만 내면 비지네스클래스로 업그레이드시켜 준다고 유혹한다. 나쁜 딜은 아니지만 참자... 간단하게 짐을 부치고 보안검색 거쳐 스타얼라이언스 라운지로 가서 과일과 물 한 병을 집었다.
아시아로 가는 비행기들이 출발하는 시간에는 무척 붐비는데 지금은 한산하다. 크로아티아에 가면 라면도 귀할 텐데 컵 라면이라도 하나 먹고 갈까 하다 내려놓았다
보안검색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40분 정도 늦게 LAX를 출발하였다
영어보다 독일어 안내 방송이 먼저 나오는 것이 좀 낯설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여행을 시작한다.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서쪽으로 날아가면 한국인데 이번에는 동쪽으로 간다.
스위스항공은 처음 타본다.
9545킬로미터, 5931마일
딱 서울만큼 멀다.
환영하는 언어도 여러 가지다
졸다 깨다 한참 가니 영국 하늘을 날고 있다. 다 와간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는 내내 와인을 마시던 옆에 앉은 오스트리아 할머니가 마지막 와인 한잔을 몽땅 내게 엎질러 버렸다. 승무원이 비누 묻은 수건과 물수건을 가져다주고 옆의 할머니는 미안해 어쩔 줄을 모른다.
속은 좀 상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데 승무원이 Damage Report를 작성해 주며 옷값을 Claim 하라고 한다. 돈을 받아도 옷을 살 수도 없고 최소한의 짐을 챙기느라 여유분의 옷도 당장 없어 츄리히 공항에 세탁할 곳이 있느냐고 물으니 있다고 알려 주며 세탁한 영수증을 꼭 챙기라고 한다.
여행을 하다 보니 별일을 다 겪는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한 시간 전에 종이 상자에 든 아침을 준다
이름은 아침인데 현지 시간 오후 2시 반이다.
요구르트, 크루아상, 오렌지주스, 크림치즈, 버터. 그리고 커피 한잔...
드디어 츄리히 근교다.
Swiss on Swiss
비가 온 직후인지 무척 깨끗하고 아름답다.
터미널 D로 가기 위해 기차 타러 가는 길
터널을 지나
Star Alliance 라운지에 사람이 별로 없어 화장실에 가서 와인을 뒤집어쓴 옷을 빨아가지고 페퍼 타월로 물기를 뺀 후 의자에 널어 말렸다.
미국의 라운지와 다른 점은 음료수가 작은 개인 병이 아니고 큰 병의 것을 자기가 마실 만큼 따라 마시게 되어있고 음식이나 간식도 봉지에 하나하나 포장된 것이 아니고 귀여운 그릇에 덜어 먹도록 차려 놓았다.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전체를 알 수는 없지만 이 장소만의 느낌으로는 꽃꽂이나 상 차람에서 미국과 다르게 절약정신 같은 것이 느껴졌다. 간단한 저녁도 해결하는 사이 지루 할 줄 알았던 네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 사이 창밖에서는 비가 왔다가 해가 났다를 서너 번 반복했다.
에델바이스항공을 처음 보는데 로고가 참 예쁘다.
터미널 D에서 알프스와 에델바이스가 그려진 이렇게 화려한 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러 간다
8시 5분 출발인데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멀리 눈 덮인 산들이 아름답다.
담에 스위스도 한번 와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다.
비행기가 한 바퀴 뺑 돌아 방금 떠나온 공항 위를 지난다.
마지막 지는 햇살 한 줌이 구름을 연 분홍으로 물들이고
눈 덮인 산들을 지나 자그레브 도착....
못 만나면 어쩌나 걱정했던 내 친구는 입국 수속하는 줄에서 만났다.
반갑다 친구야...
숙소에 어떻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 몰라 공중전화를 찾는데 내 옆자리에 앉았던 화란인이 자기 전화를 쓰게 해 주었다.
예약한 숙소 이카(Ikar)에 전화하니 주인 마르코가 10분 만에 데리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