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지식채널 Season.2

3. 잊혀진 향장(香匠)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y: 향기요법)는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식물에서 추출한 엣센스 오일을 이용하여 후각 기관 및 피부를 통한 자연 치료적 과정을 말한다.


아로마테라피의 기원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하는데, 식물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고, 식물을 태움으로써 그 연기가 사람을 편하게도 하고 때로는 자극적인 행동을 유발함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고대 인류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동 · 식물을 이용하여 병을 치료하고 심신을 편하게 했던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 등에서 향을 이용하였다는 기록이나 유물을 통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서구와는 달리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자료를 축적하여 의학과 접목시켜왔다 인도에서는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아유르베다Ayurvedic medicine 주1)의 비법으로 전해져 오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기원전 2500년 황 왕조시대로부터 이어져 오늘날 한의학의 한 부분으로 계승 발전시켰던 것이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의학적 지식은, 그리스 식물학자 테오프라스토스Theophrastos 주2)와 아비세나Avicenna(Ibn Sina) 주3)등 의학자를 통해 체계화시켰는데, 특히 중세의 이탈리아수도원은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재배하고, 방향성 향(Aromatic Scents)과 치료약(therapeutic elixirs)의 개발을 위한 실험실까지 설치하여 향기 치료에 대한 지식을 전해 주었다. 또한 중세 십자군 원정을 통하여 동·서양 문물이 교류되고, 아랍 세계의 발전된 향 추출법이 유럽에 전해지면서 근대적 의미의 향기 요법이 선보이게 된다.


프랑스 향수 회사의 화학자였던 르네 가트포세Renee Maurice Gattefosse는 우연히 손에 화상을 입어 라벤더 오일을 바르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빨리 상처부위가 아물고 아무런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게 되자, 천연 오일의 의학적 효능에 대하여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1928년 그는『아로마테라피aromatherapie』라는 책을 발간하게 되었고, 그것은 곧 현대적 의미의 향기 치료법의 서막을 알리게 된 것이다. 그는 논문에서 ‘천연물질은 순수한 형태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하며 천연 정유의 우수함을 강조하였다.

RMG_néologisme.jpg 르네 가트포세Renee Maurice Gattefosse의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ie,1928년 중 노트

또한 프랑스 군의관이었던 장 발누Jean Valnut는 상처 치료에 아로마 오일을 사용하였고, 1964년『Aroma Therapy』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현대적 의미의 아로마테라피를 발전시킨 것이다.

아로마테라피는 화학적 효과를 의미하는 약학적 작용과 신체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는 물리적 작용, 각 개인의 심리적 감각을 의미하는 심리적 작용과 천연 오일에 반응하는 신체의 모든 모습을 의미하는 종합적 기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는 흡입과 마사지, 음용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치료법 중 하나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최근에 국내에도 아로마테라피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서양의 향기 요법이 일반화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체계적인 정립과 검증 없이 무절제하게 남발됨으로써 대체 의학적 기능보다는 상업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짙어 심히 우려된다.


우리에게는 향기 치료법이 없었을까? 아니다. 우리에게도 향기 요법의 역사가 엄연히 있었다. 신라 때에는 향을 피워 왕녀의 병을 낫게 했다는 기록이 있고, 특히 조선시대의 의학은 모든 향재가 곧 약재로 취급되었으며, 전의감 내의원 혜민국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자단, 용뇌, 침향, 목향 등 향재가 약재를 만드는 주요한 재료로서, 향과 의학은 둘이 아닌 하나로 여겨졌던 것이다.

집안에 환자가 있으면 곧 탕제를 달여 그 향기로 역한 냄새를 없애고, 향재가 섞인 약을 달여 먹여 환자를 치료하며, 쑥을 피워 뜸을 놓고, 향을 피워 잡균을 없앴던 것이 다. 전의감의 조제나 내의원에 종사하는 관리는 향재의 사용에 능하여 향이 병을 치료하는 주요한 재료임을 익히 알고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침향강기탕(沈香降氣湯) 주4), 소합원(蘇合圓), 청심원(淸心圓), 양비원(養脾圓), 목향원(木香圓) 등 주요한 약재에는 침향과, 사향, 소합유, 용뇌, 목향 등이 사용됨에, 좋은 재료를 구하고 물량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음이 『왕조실록』 곳곳에 기록되어 있다.

전국 각지에서 나는 약재의 수급을 위해 채취, 관리, 상납에 따르는 부조리를 없애고 법으로 그 방법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제생원제조(濟生院提調)가 상언하기를

“지방의 각 고을에는 다 의원이 있고, 생도가 있고, 약 캐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때에 약을 캐는 것은 본래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또 우리나라에는 약재가 없는 것이 없습니다. 그것을 헛되게 산 수풀 속에 버려두는 것과, 채취하였다가 사람을 구제하는 것과 어느 것이 더 낫겠습니까?”
-『왕조실록』「세종」편

라고 하였고, 문종 때 의정부에서 예조의 정문에 의하여 아뢰기를,

“각 고을에서 바치는 전의감의 약재는 각 도의 교유(敎諭)가 철에 따라 채취할 즈음에, 비록 뿌리 , 줄기, 꽃, 열매 같은 알기 쉬운 물건도 혹 채취 의 때를 못 맞추는데‥‥‥ 청컨대 각 도의 교유로 하여금 오로지 감사(監司)에게만 청하지 말고, 몸소 산야를 순행 하면서 철에 따라 채취하고, 채취한 날짜와 그 고을 수령 의 이름을 갖추어 기록하여 동봉해서 수납하게 하되 , 만약 속이는 자가 있으면 진상하는 약재를 법대로 하지 않은 율(律)에 따라 과죄(科罪)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라고 했다. 이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나 향재로도 우리나라 사람을 치료할 수 있으며 , 이것들을 철저히 재배 관리하고 수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게 한다. 다만 이 기록들이 지금까지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향을 찾아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깊은 산 속이나 특정한 지역에서 향재의 군락지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우리 선조들이 야생으로 재배한 식물의 군락지가 이렇게 버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선시대 궁중의 내의원(內醫院)과 상의원(尙衣院)에는 각기 네 명과 두 명의 향장이 있었다고 한다. 내의원은 의학을 다루는 부서이며, 상의원은 의복을 관장하는 부서이다. 그런데 왜 그런 곳에 향을 다루는 전문가인 향장이 있었을까. 그런 의문의 해답은 남아 있는 역사의 기록으로 대충 추측해 볼 수 있다.

내의원에서 다루는 약재의 태반은 향재이다. 그래서 향전문가가 필요했을 터이고, 궁중에서 제사 때나 의식에서 사용하는 향의 제조를 위해서도 향장은 필수 요원이었을 것이다. 또한 상의원의 의복 제조에서도 조상의 지혜는 놀라웠다. 옷에 향기를 스며들게 하고, 줄향이나 노리개에 향을 넣기도 했는데, 상궁이 찬 줄향의 향환은 단순히 멋을 부리는 도구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토사곽란 등 급한 환자 치료에 이용하는 상비약으로서의 기능까지 겸했다.




20세기를 수놓았던 유명 디자이너들의 향수를 보면서, 향을 패션에 접목시킨 상의원의 향장, 그리고 진정한 우리의 아로마테라피를 추구한 내의원의 향장, 전의감에 속한 제조들의 철학과 감각에 큰절을 올린다.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은, 환자를 치료하는 약재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반경 10리 안에 있다고 하였다. 이제 잊혀진 우리의 향장을 다시 찾아, 서양의 향기 요법이 아닌 우리의 진정한 향기로 치료할 수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Olfactory Director


주)

1) 아유르베다(Ayurveda)는 '삶'을 의미하는 아유(Ayu)와 '앎'을 의미하는 베다(veda)가 합성된 산스크리트어로 '삶의 과학, 장수의 지혜'를 의미한다. 5천년 이상 일상생활에서 활용되어 온 인도의 종합적인 의학체계로 인간 내부에는 자신의 질병을 이겨내는 힘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균형감각과 자연 치유력, 체질과 섭생법 등을 중시하는 점 등은 한의학과 유사하다.

2) 테오프라스토스 [Theophrastos, BC 372~BC 288?] 레스보스섬의 에레소스 출신. 본명은 Tyrtamos.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배웠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개설한 리케이온학원의 후계자가 되었다. 식물학의 창시자이며, 식물의 관찰은 대부분 리케이온의 정원에서 이루어졌는데, 그 지식은 그리스와 소(小)아시아의 식물상(植物相)에 한정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알렉산더 대왕의 부하들이 리케이온으로 내륙(內陸) 아시아의 많은 식물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식물지(植物誌)에 대하여》와 철학적인《식물의 본원(本源)에 대하여》등의 저작이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http://100.naver.com/

3) 아비세나(Avicenna, 이븐시나 980~1037) 980년 경 오늘날 러시아 최남단에 위치한 부카라(Bukhara) 근방의 아프샤나(Afshana)에서 출생했다. 그의 부친 압둘라(Abdullah)는 발흐(Balkh) 태생이며, 그의 가문은 시아파의 이맘 이스마일의 자손으로 알려져 있다. 아라비아의 의사(醫師), 자연 연구가, 철학자. 각지를 편력하며 왕후(王侯)에 봉사하면서 저술에 종사하였다. 이슬람 신앙에 충실하면서도 합리적 사고를 중시하고 점성술 등의 미신에 반대하였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 및 철학적 유산,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설을, 아라비아 사람들 사이에, 또 유럽에 퍼뜨리는 데 대단한 역할을 하였다. 철학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학설의 유물론적 경향과 관념론적 경향을 함께 보존하고, 한편으로 물질의 영원성을 승인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몇몇 문제에서 신(新)플라톤학파에 접근하였다. 그의 저작은 의학ㆍ자연학ㆍ철학ㆍ논리학ㆍ심리학 등에 두루 걸쳐 있지만 일부분밖에 현존하지 않는다. Ibid.

4) 기를 치료하고 보호하며, 숨이 몹시 찬 것을 치료한다. 향부자(동변으로 법제한 것) 160g, 감초(닦은 것) 48g, 사인 20g, 침향 16g. 위의 약들을 보드랍게 가루를 내어 한번에 8g씩 소금과 차조기(자소)를 두고 달인 물에 타 먹는다. 침향은 기의 충진과 기억력의 증대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일본학자들에 의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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