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게스게임
오늘날 일본은 전통의 향도를 문화와 역사로 답습하여 하나의 놀이로 계승했다.
전통 향을 제조하고 향 마을을 만들어 향의 세계화, 현실화를 시켰다.
천년 이상을 거쳐 향기와 인연을 맺어 온 일본의 전통이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향기의 문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왕조시대의 향낭(香囊)은 지금도 의상이나 문서의 방향제로서, 또 방충 보존제로 사용되며 생활 속에 존재한다. 그 전통과 함께 향기는 시대와 더불어 살며 각 시대마다 새롭게 발견되기도 하는 것이다.
일종의 게스 게임과 같은 향도는 말 그대로 향기를 즐기는 것을 기본으로 한 예도에서 다도와 꽃꽂이와 마찬가지로 동작에 정신적 안정을 추구하는 일본 고유의 예도다. 그 역사는 다도와 꽃꽂이와 같이 무로마치 시대주1)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향도의 시초가 되었던 시점은, 단순히 향나무를 피워 향을 즐겼던 쇼토쿠 태자의 아스카시대주2)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종교적인 측면도 컸겠지만, 무엇보다‘좋은 향기를 즐긴다’라는 인간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것이었다.주3)
이것은 아마도 백제에서 불교가 전래되면서 함께 전해진 향기 문화가 일본향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늘날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 성분(에센셜 오일)을 따뜻하게 데워 몸에 바르기도 하고, 그 향기를 흡입하여 다양한 의료 효과를 얻는 아로마테라피가 주목받고 있지만, 일본 고유의 향도도 엄밀히 말하자면 「일본 아로마테라피」라고도 말할 수 있다. 또한 전 세계에서 향기를 예술로 승화시켜 영성을 추구하는 방식은 일본 향도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향도는 현재 오이에류御家流와 시노류侍奴流의 두 유파가 있다. 그 역사는 무로마치 시대의 상죠니시 사네타카三条西実隆로 시작되어, 후에 두 개의 유파로 분리되어 오이에류라는 귀족들의 유파와 시노류라는 무가의 유파로 나누어진다.
쌍방 모두에게 예의범절이나 다도 예법의 작법은 비슷해 다 같이 정서의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이에류는 향기와 분위기를 즐기는 멋스러운 놀이로 마음의 여유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노류는 방식이 단순한 가운데 깊음을 강조하며, 정신 수양의 완성을 통해 마음의 단련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둘 다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하지만 작법이나 마음가짐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향도에 참석하는 향인들의 규칙은 향수를 사용하지 않으며, 가죽 장신구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착석 순서는 연장자 순으로 예의에 맞도록 앉는다. 제시간에 도착해야 하며, 향도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더워도 부채를 사용하거나 문을 열지 않는다. 향로는 정중하게 다루며, 향나무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향로는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에 실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듣고 입을 앞으로 향하게 한다. 오른손으로 향로를 덮고 향로를 수평으로 단단히 듣는다. 타 유파의 의식을 지니고 있어도 행하는 방식을 존중한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격식이다. 향도라고 하면 먼저 조향(組香) 모임이 연상되는 풍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도의 기본은 어디 까지나 향을 듣는 데 있는 것이며, 한 조각의 향나무 냄새에서 감춰진 광대하고 끝이 없는 우주를 풀어가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경지라고 한다.
안내를 받은 참석자는 윗사람부터 자리에 앉으며. 마지막으로 자리에 앉는 무사는 윗사람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은 주최 측의 주역인 종장과 기록원이 자리하고 향로를 보낼 위치에 선임자가 앉으며 다음은 서로 돌려 마친 향로를 되돌릴 위치에 착석하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주4)인사 후 본격적인 향 게임이 시작된다. 조향을 기록하는 용지를 받아두면 시향이 시작된다. 먼저 향로에 조합된 향을 시범적으로 맡고 기억한다. 본격적인 시합이 시작되면 향동이 가져오는 향기를 맡고 몇 번째 향인지 기록지에 기록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시향 시에 일일이 냄새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의 경연이 모드 끝나면 기록지를 거두어 각자의 점수를 기입하고 최고 득점자에게 종장의 상석에 가까운 자리에 앉히고 칭송한다.
헤이안 시대의 향도는 두 마리의 말을 두고 두 팀으로 나누어 경쟁을 하게 했는데 정답을 맞힐 때마다 말을 목표지점으로 한 걸음씩 이동시켜 먼저 도착한 말을 가진 편이 승리하는 일종의 게스 게임이 이루어졌다.
첫 번째 향이다.
초목에서 나는 냄새다. 영릉 향과 감송 향이 어우러진 계곡의 물을 느끼게 하는 ‘여름’이다.
두 번째 향을 향동이 가지고 왔다.
향의 냄새가 아니다. 오히려 향수의 냄새다.
자단목과 향나무가 적절히 배합되어 가을 단풍을 맡는 것 같다
세 번째 향은 많이 맡던 냄새다 회향과 팔각, 그리고 칡꽃인 갈화의 배합으로 봄의 상쾌함을 전해준다. 마지막 향은 백단의 뿌리와 갈근, 그리고 몰약과 용뇌의 이룸과 분열의 다툼이 있는 차갑고 무거운 냄새를 가졌다.
겨울의 삭막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향이었다. 이 모든 향기는 향동을 통해서 다 보여주었다.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사원의 종이 울린다. 어느새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주변을 에워 쌓다. 그중에 할머니의 모습도 보였다.
향동은 첫 번째 향을 피워 탁자를 돌아 걸어갔다.
이세는 어릴 때부터 맡아온 동양의 향이라 그다지 어렵게 여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향이 처음 맡았을 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점차 변해가는 동양 향의 신비스러움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능력을 너무 맹신한 탓인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었다.
이세는 탁자 위에 있는 하얀색 2번 패를 집어 탁자 중앙에 던졌다.
두 마리의 말은 출발선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토호판은 4번의 흑색 패를 던졌다. 종장은 패는 4번이다.
이세가 틀린 것이다. 토호판의 흑마가 한 걸음 나아간다.
쓰엉의 짧은 탄식 소리가 들려온다
주5)
1) 무로마치 막부가 일본을 통치하던 시기로, 아시카가 다카우지가 막부를 세운 1336년부터 1573년 까지를 가리킨다. 아시카가 가문이 중앙 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에 아시카가 시대(足利時代)라고도 한다.
2) 문화사(文化史)에서, 6세기~7세기에 이르는 쇼오토쿠 태자(聖德太子)를 중심으로 한 일본 최고의 불교문화 전성시대.
3) 北小路 功光(1978), 『香道への招待』. 普門館.
4) http://www.kogado.co.jp/archives/892.
5) 송인갑, “향기의 천사” 중 향도의 경연 일부(미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