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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 후각으로 떠나는 여행

1. Prologue    순간의 미학

프롤로그 순간의 미학   

  

 “순간은 정지된 시간 척도에 따르지 않은 시간, 즉 강물이나 지나가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보통 일반 시간과는 구분되는 수직적 시간을 의미 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순간의 미학”에서      



 그가 말하는 순간은 일상의 지나가는 수평적 시간과는 달리 높이와 깊이가 있는 수직성을 지닌 시간을 말한다. 수직적 시간이란 그야말로 삶을 정지시키고, 기쁨과 행복의 시간을 느끼게 하며, 그 자리에서 사는 것에 의해 삶 이상의 것이 되게 하는 창조적 생명이 용솟음치는 시간, 즉 시의 세계가 가지는 시간이다. 또한 순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하나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 

 지나가는 일직선의 시간 속에서 순간은 정지되지 않고 반복적인 일상의 모양으로, 하지만 늘 다르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에 걷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 걷는다는 것은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의 순간순간을 이어 가는 것이다. 보이지 않고 눈에 띄지 않던 꽃과 풀들, 그리고 들리지 않던 사물의 속삭임이 냄새와 더불어 길을 걷는 동안 그들은 자기의 존재를 내게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어색한 새 학기 첫날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환한 미소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을 때, 벚꽃이 한 겨울의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그 길을 걸을 때, 아직은 더위가 머물고 있는 바닷가에서 요트를 타고 있는 젊음에서 행복을 본다. 


 나는 교회 앞 잔디밭에서 뛰노는 아이의 웃음과 겨울이 아직도 머물고 있는 아파트의 공원에 핀 개나리의 환한 미소에서 행복을 듣는다. 


 나는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느껴지는 가을, 길가의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에서, 바닷가의 횟집에서 나는 생선의 비릿함에서, 외출 후 바디워시로 샤워하고 향긋한 바디로션을 바를 때, 행복을 맡는다. 그리고 그 순간을 가만히 멈추어 본다.     



 사물의 냄새는 사람에게 있어서 타고난 감각과 경험에 의해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같은 사물의 냄새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가령 장미의 향기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겨져 있는가는 사람마다의 순간의 경험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장례식장에서의 장미,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한 장미, 아이가 담장에서 따다준 장미 등 우리에게 기억되는 장미의 향기는 각기 자신만의 경험으로 달리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향기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냄새를 다양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의 한계로 인해 우린 그 냄새를 한정시켜 버릴 때가 많다.     

 

 우리의 감성 중에 눈, 귀 등의 감각은 언어로 표현하거나 미리 만들어진 기호인 색, 음표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표준화가 가능하지만 코의 감각은 오직 순간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언어와 기호를 통한 후각 표준화는 그렇게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후각은 오직 순간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도구이기에 더더욱 표준화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그것만이 가지는 독특한 시간이 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슬픔, 기다림, 아픔, 그리고 행복과 기쁨 등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아름답고 행복한 향기의 순간을 찾아 먼 기다림의 여행을 떠날 것이다.     


가슴 간질이는 첫사랑,

되돌리고 싶은 시간 ,

다시 한 번의 기회,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행복한 삶을 놓치고 싶지 않다.


Time is a moment     


사진 : 송인갑/송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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