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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첫 날

바프와 함께 제주도에서

어제 저녁 6시 30분 제주행 배에 올랐다. 4인실을 예매했는데 입실하니 혼자 뿐이었다. 특실에서 기분좋게 음악을 들으며 간단한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5시 기상 알림에 맞춰 깨면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 선실에서 아침 미사를 봉헌하고 나니 제주항에 도착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장마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내리는 빗속에 마중나온 베드로와 소피아 부부가 얼마나 감사한지, 안 그랬으면 꼬박 두 시간동안 우중 라이딩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


내가 머물 곳은 제주시와 조천읍 경계에 있는 삼양동으로 돌송이길 좌우로 주로 감귤 농사를 짓는 곳이었다. 그곳에 500여 그루의 감귤나무를 키우는 풍#농원은 잔디가 아름다운 과수원(제주 사람들은 감귤밭을 과수원이라 한다)이었다. 제주개 라봉이와 퐁퐁이가 반갑게 맞아준다.


부부는 두 사람 다 제주 토박이로 고향인 이곳을 지키며, 5년전에 새로 심은 감귤 나무의 첫 수확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나무와 제주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짐정리를 마치고 나니 점심으로 한치회를 내 오셨다. 제주 사람들이 이맘때 즐겨먹는다는 한치회는 내륙의 것과 맛이 달랐다. 그리고 흑돼지 삼겹살에 제주 생막걸리를 마시니 형제님과 가뿐하게 두 병을 비웠다. 점심을 마치자마자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자매님께서 오름을 가자고 하셨다. 술이 좀 취했지만 가볍게 나섰다.


백가지 약초가 있다는 백약이 오름을 올랐다. 낮고 편안한 길이었다. 이 정도면 어디든 못 갈 곳이 없을 것 같았다. 이어서 맞은 편에 있는 동거문이 오름을 가자고 하셔서 따라갔다. 그런데 관광객들이 제법 눈에 띄었던 백약이 오름과는 달리 사람이라곤 아무도 보이지 않는 동거문이 오름을 오르면서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높고 가파른데다가 물이 길을 막고 있어 수풀을 헤치고 나가야 하는 정통 오름이었던 것이다. 한참을 정신없이 가이드 꽁무니만 따라가 오름 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제주 바람과 펼쳐진 오름 천국을 볼 수 있었다.



바람이 보이는 곳에서 감귤 향기 바람에 날리는데 나는 피곤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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