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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 나의 길동무

바프와 함께 제주도로 가는 배 안에서

바프와 함께 제주도로 떠날 때 챙긴 책이 한 권 있다. 박노해의 <걷는 독서>(2021년 6월 출판)다.


"세상에서 가장 괴롭고 비참한 자는 길을 잃어버린 자다. 길을 잃고 나를 잃고 희망이 없는 자다.”


한 평생을 길을 찾아 헤매던 한 남자는 한때 노동자의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박해받는 노(勞)동자의 해(解)방'을 염원해서 박기평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박노해(勞解)'로 새로 태어났다. <노동의 새벽>이라는 노동자가 쓴 노동자의 시를 발표하자마자 군사정권의 금서가 되었고 수배를 피해 도망다녀야 했다. 1991년 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되어 사형을 언도받고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복역하다가 1998년 7년 6개월의 감옥살이 끝에 특별사면 석방되었다. 그후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낸 뒤, 이십년간 가난과 분쟁 지역을 돌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면서 생명과 평화를 모색하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나 역시 늘 걷던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있으니 길동무가 필요했다. 짧고 깊은 울림의 글을 한 장의 사진과 함께 하나씩 선물해 주는 박노해는 가장 훌륭한 길동무가 되어 주고 있다.


그는 스스로의 삶을 정의하기를, '걷는 독서'라고 한다. 그의 삶이 어릴 때부터 쉼없는 '걷는 독서'였으며, 무기수로 두 걸음 반의 독방에서도 멈춘 적 없는 '걷는 독서'였기 때문이다.


박노해의 삶에 대한 짧은 정의는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가 자신의 인생을 간단없이 걸어온 독서의 삶으로 정의한 것처럼, 나의 인생은 쉬지 않고 달려온 삶이다. 박노해가 고난의 인생길에서 자신을 키우고 지키고 밀어 올린 것이 '걷는 독서'였다고 말한 것처럼, 나의 인생길에서 나를 키우고 지키고 밀어 올린 것은 '달리는 신부'의 삶이었다.


나는 그 길에서 지난 17년을 혼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Living Person)과 더불어 길을 걸었고 나를 발견하고 벅찬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이제 그 달리는 신부의 살아있는 사람 이야기를 책으로 길동무들과 나눌 준비를 한다.


<살아 있다면 계속 달려야 합니다: 달리는 신부의 살아있는 사람 이야기>


한달 뒤 분도출판사를 통해 출판될 책의 제목이다. 너무 많은 책과 정보의 시대에 나 역시 또 다른 불필요한 책을 더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서지만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달리는 신부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손이 아니라 발로 써 내려간 이야기이기에 용기를 낸다.


그리고 길동무 박노해가 힘이 되어 준다.


삶은 짧아도 영원을 사는 것. 영원이란 ‘끝도 없이’가 아니라 ‘지금 완전히’ 사는 것이다. No matter how short, life is a matter of living eternity. Eternity is not a matter of ‘having no end’ but of ‘living fully now.’ (‘걷는 독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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