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유부단한 나의 제주 맛집 기록

제주도 소확행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걱정말아라" (마태 6,25).


제주도에서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매일 걱정이다. 먹을 것이 너무 다양하고 각기 그마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우유부단한 나의 성격으로 인해 메뉴를 쉽게 정하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곤 했다. 그래서 우유부단한 나의 제주 맛집을 기록해 본다.


기억에 남는 먹거리는 다음과 같다. 


성산일출봉에서 가까운 '해월정'에서 먹은 보말칼국수와 보말죽이다. 보말칼국수는 제주도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할 것이다. 담백하고 진한 바다내음이 담긴 보말칼국수와 보말죽은 제주도를 맛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시원한 국물을 마시고 나니 입안에 가득 찬 바다 향이 오래 남는다.


해월정의 보말칼국수와 보말죽


또 하나의 기억에 남는 먹거리는 산방산과 송악산 사이에 있는 '거멍국수'에서 먹은 성게국수다. 성게국수의 담백한 국물과 시원한 깍두기, 갈비, 쭈꾸미, 낙지를 넣은 모듬 만두는 보기에 즐겁고 맛도 다양해서 먹어보길 추천한다.


성게국수가 맛있는 거멍국수


제주도 사람들이 즐겨가는 식당은 꼭 가야할 것이다. '선흘방주식당'이 바로 그곳이다. 아들이 키운 농작물을 엄마가 손수 다듬고 준비해서 만든 두부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리고 고사리 비빔밥에는 제주도 중산간의 향과 자연의 건강함이 담겨 있다. 제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엄마 밥의 정성이 느껴진다.


선흘방주식당의 고사리 비빔밥과 두부


가장 기억에 남는 먹거리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커피와 빵 광고를 해야겠다. 


거의 20년만에 방문한 '성 이시돌 센터'는 많은 변화를 겪고 새롭게 태어나 있었다. 조용하고 아늑한 성 이시돌 센터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향과 신맛이 살아있는 핸드드립, 그리고 직접 구운 빵과 감귤 잼이 무척 맛있었다. 새미 은총의 동산에서 기도하는 곳이기도 해서 다시 가고 싶다.


성 이시돌 센터의 커피와 빵


성 이시돌 센터에서 나와 목장 반대편에 있는 '우유부단' 아이스크림 집에 갔다. 이시돌 목장의 말과 테쉬폰, 그 배경이 된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절대 베어 먹지 말고 핧아 먹어야 하는 우유부단 아이스크림은 어느 아이스크림보다 달고 건강한 맛이었다. 


성 이시돌 목장의 아이스크림과 테쉬폰


가장 잊지 못할 먹거리는 다음과 같다. 


서귀포시에 가면 '삼보식당'이 있는데 이곳의 전복뚝배기는 기가 막힌 맛을 자랑한다. 전복 3개와 온갖 해산물로 깊게 우려낸 국물은 밥 두 그릇으로라도 다 비우고 싶은 맛이었다. 진한 해산물의 깊은 맛,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장의 정성이 느껴진다. 


떠나기 전 돌아본 기둥에 걸린 '여기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평화'라는 푯말이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삼보식당의 전복뚝배기를 먹고 나서 평화롭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삼보식당의 전복뚝배기


마지막으로 우연히 맛난 환상적인 맛을 소개한다. 거문오름 가는 길에 넓은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 연이랑'이 있다. 아름다운 정원을 소개한 지인을 따라 온갖 꽃이 화려한 정원을 한바퀴 돌고 카페에 앉아 오후 한낮의 커피를 즐기로 있었다. 


그때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감귤강정을 내 오셨다. 감귤을 있는 그대로 설탕을 넣고 끓이다가 조린 후 물엿으로 맛을 낸 감귤강정은 세상에서 처음 접하는 맛이었다. 화사한 감귤의 특별한 단맛! 입 안에 남은 감귤의 향기와 달콤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느 길모퉁이 우연히 들른 곳에서 선의로 맛본 제주의 깊은 맛, 이것이 제주도 소확행이다.


카페 연이랑의 감귤강정


이전 23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