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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카이 Oct 16. 2024

장거리 운전…삶

여전히 내겐.

장거리 운전을 해야만 할 때가 온다.

피하고도 싶고 안 하고도 싶고.

그럴 때면 그 전날 밤은 뒤척임의 연속이다.

눈은 잠이 쏟아지는데 머릿속은 온통 길 길 길로 꽉 차서.

근데 이번 장거리는 느낌이 다르다.

전날 잠도 잘 잤고 길이 궁금해 이리저리 살펴보며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냥 내비 아줌마에게 맡기고 가보자 생각했다.

그렇게 긴 운전은 시작되었고 필요한 물건을 싣고는 길을 나섰다. 전날 기름을 꽉 채웠기에 목표지점까진 문제없다. 장거리에 도시락은 필수. 중간에 뭘먹든 이보다 나은 건 없을 듯하니. 이럴 때면 늘 한국 휴게소가 눈에 발 핀다

날은 생각보다 눈이 많이 부신다.  모자를 운전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꾹 눌러썼다. 출발지는 날이 쌀쌀해 재킷과 긴바지를 야무지게 챙겨 입었다.

초행길이라 가슴이 뛴다. 기대감? 은 아니다. 걱정반 근심반. 운전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운전대가  힘들다 길치에 방향치기에.

내비가 없었으면 장거리는 꿈도 못 꿀 일. 그 덕에 장거리를 달리지만 초행길이고 8시간을 가야 하니 더 가슴이 뛴다.

오늘은 그나마 가는 길에 일정이 잡혀 지인집에서 묵을 예정. 6시간 갔다가 자고 두 시간 반 다시 가면 목적지 도착.

출발은 호기로웠다.

가는 길에 산도 하늘도 구름도 이쁘다. 하지만 눈에 안 들어온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다. 그렇게 이쁜 모든 것을 그냥 지나친다. 운전에 몰두해야 하기에.

다행히도 생각보다 가는 길이 복잡지 않다. 고속도로를 타기 전까진 차량도 많고 길이 복잡했지만 일단 타고나니 나쁘지 않다. 그제야 이쁨이 눈이 하나씩 들어온다. 색이 울긋불긋. 다들 갈아입은 건 아니지만 중간중간 보이는 색들이 도화지를 가득 메운 풍경화나 다름없다. 산 위를 달리니 하늘이 눈앞에 있어 올려다보지 않아도 된다. 슬슬 배도 고프고 화장실도 가야겠다. 조금 더 가다 보니 화장실 표지판이 보인다. 다행이다. 그렇게 일을 해결하고 다시 출발.

그렇게 한번 더 화장실을 들르곤 일차 목적지인 지인집에 도착했다. 장하다 장해. 딴생각은 없다 그저 장하다는 생각뿐이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지인과 짧은 인사 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날도 덥고 신경도 많이 써 땀을 많이 흘렸다. 이럴 땐 샤워가 최고다. 몸도 맘도 편타.

마사지를 권한다. 거실에 자리한 덩치 큰 머신을 가리키며. 이 참에 해볼까? 앉으니 모든 것이 자동이다. 시원함을 넘어 아프다. 윽~~ 참으면 피로가 풀리려나.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잠자리에 들었다. 목 안에 통증이 있다. 침 삼키기 힘들다. 하지만 쏟아지는 잠은 못 이긴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서 거울을 보는데 목이 심하게 부어있다. 그래도 잠은 잘 잤으니 그거면 됐지 싶었다.

도착해서 이만하면 잘했다 생각했는데 어지간히 쫄았나 보다. 목이 심하게 부은 거 보니.

졸보에 집순이가 초행길 장거리를 운전했으니.

다음번 그 다음번 그리고 그 다음번에도 장거리 운전은 같을 듯하다.  운전은 생명과도 연결되어 있어 더욱 그러하다.

장거리 운전 그리고 삶.

비슷하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거.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님의 크신 은혜임을 새삼 다시금 느낀다. 또한 장래에도 함께 하심에. 그게 은혜리라. 믿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찬양이 절로 나온다.  

~~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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