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제야
주부로 산 지가 어언 20년 하고도 5년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 나는 밥 하는 게 젤루 어렵다 힘들다.
그렇다고 다른 요린 잘해? 어머나 무슨 송구스럽습니다만 그것도 아닙니다.
ㅋㅋㅋ 그럼 뭐야? 하시겠지요.
네… 제가 쫌 곰손 중에 곰손이라.
그래도 잔디 깎기, 설거지, 청소, 빨래, 바짓단 올리기, 허리 줄이고 늘리기, 양변기 물 새는 거 고치기, 부엌 싱크대 밑 파이프 교체, 정수기 설치와 필터교체, 잡초 뽑기, 마당정리, 눈 치우기… 뭐 이런 거? 잡다한 집안일은 대충은 하는 편이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손목시계 배터리갈기. 다른 액세서리보다 시계를 좋아해서 매번 갈 때마다 비용도 비싸고 해서 도구를 사놓고 직접 한다.
그래 요 정도 정말 잡다한 집안일은 하는 편인데 밥이랑 요리는 쫌…
누가 밥 하라고 하면 ‘잔디 깎을 테니 넌 밥을 해라.‘ 할 만큼 요리와 밥 하는데 소질도 취미도 없다.
그런 나에게 밥을 잘 지어야 하는 일이 맡겨졌다. 그것도 밥을 전기밥통이 아닌 압력밥솥으로 해야 하는.
압력밥솥으로 밥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지.
정성껏 짓는다고 해도 어느 날은 쌩 쌀이 그대로이지 않나 어느 날은 질어 이게 밥인지 죽인지 그러지 않나.
그렇게 죽밥을 하는 날이면 다시 솥에 밥을 한다. 그나마 솥밥은 할만한데 압력밥솥은 어렵더라고.
그렇게 두 달이 되어가는 어느 날
밥이 겁나게 잘됐다. 오오오오~~
기분이 늠 좋다. 이게 그럴 일이야 하겠지만
‘응’
내겐 그럴 일이다.
자~~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을 해보자.
1. 쌀과 잡곡을 잘 씻어 ( 보리, 검은콩, 현미, 찹쌀, 카무트- 잡곡은 5가지를 넘지 말고 쌀의 30% 가 좋다고 한다.) 물은 쌀의 1.3배 넣고 4시간 불린다. ( 현미와 카무트, 검은콩은 불리는 시간을 더 요하지만 압력밥솥으로 하면 잘 익는다 그래서 이 정도만 불리는데 그래도 미심쩍으면 더 불려도 됨^^)
2. 처음 시작은 가장 센 불이 아닌 중간보다 센불 그러니 8 정도에서 15분
3. 불 세기 5에서 5분
4. 불 세기 2에서 5분. -그리고 여기서 큰 추 옆 작은 추를 열어 김을 빼면서 해야 질지 않고 잘 지어짐.
5. 김소리가 끝나고 1분 두었다. 뚜껑 열어 밥을 으깨어지지 않게 살살 펴서 소분해서 담아 두고 먹기.
여러 내용을 읽었지만 잡곡의 종류와 첨가량 그리고 불리는 시간 그리고 밥솥 크기 등등에 따라 밥 하는 법이 다 달라할 때마다 조절을 해야 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일단 오늘은 성공했지만 다음번에 또 성공하리란 법은 없지 싶다. 아~~ 알았다 하고도 쌩밥을 짓고 죽밥을 지었으니.
밥이 맛있으면 그날은 이미 반은 성공
곰손이라고 낙심 말고 해 보자.
하다 보면 맛나게 짓는 날도 오겠지. 그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