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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을 다시 하다.

by 블루 스카이

세월이 흐르는 건 그리 슬프지 않다.

그런데 눈이 침침해지고 몸도 예전 같지 않고 거기다 흰머리까지.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적응해야 한다. 순응해야 한다.

빨리 걷던 걸음도

빨리 움직였던 몸놀림도

빨리빨리를 원했던 그리고 빠른 말까지도.

하나하나 그때그때마다.


염색을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안 할 수가 없네.

그래서 생각을 했지. 좀 더 시간을 늘려서 하면?.

그렇게 2달이 3달이 되고 지금은 4달이 되어간다. 도저히 더는 안 되겠다. 흰머리도 흰머리인데 머릿결이 부스스하니 더 슬퍼 보인다. 더 추워 보인다.

참다 참다 오늘 칼을 아니 아니 빗을 들었다.

염색약 1과 2를 잘 섞어 정성을 다해 빗질을 하고 곱게 물 드렸다.

그렇게 기다렸고 깨끗하게 씻으니 두~~ 둥

넘 이쁘다. 곱게 물먹은 내 머릿결. 이 맛에 한다 염색.

기분도 좋고 힘도 나고 생기도 돈다.

3달에 한 번은 해야겠다.


겨울이 오니 나무들이 옷을 벗었다. 입고 입고 또 입어도 추운데. 하지만 이들은 추위가 오면 내실을 다진다. 땅 속으로 땅 속으로 깊이 더 깊이. 그렇게 양분을 채우고 채운다. 그리곤 이내 따스함이 오면 바로 싹을 틔운지.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비법으로.


우리도 겨우내 내실을 다져보면 어떨까?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누리면서.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면 싹을 틔우는 거지.

그러기 위해선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해.

나에게 귀를 기울이고 들어보자. 그럼 들린다. 그럼 말을 한다. 맘이 아프다고, 맘이 상했다고, 아니 나는 몸이 아픈 거라고. 그렇게 다독이고 다독이다 따스한 봄기운이 불어오면 아팠던 맘도 상했던 맘도 심지어 아팠던 몸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싹을 틔운다.

그럼 이내 꽃도 피고~~

세월에 장사 없지만

누리는 자

즐기는 자

감사하는 자

결코 못 이기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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