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문의가 오다

그토록 바랬던 혹은 바라지 않았던

by omoiyaru


여느 때와 같은 하루의 시작





너는 나의 살아있는 알람
우리집 아기 고양이





아기 고양이와의 예상치 못한 동거가 이제 한 달을 넘어가면서, 단순한 손님 수준이었던 이 존재는 내 방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듯 점차 내 인생 에서의 영역도 넓히며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나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아침에 누군가가 나를 깨우는 것을 몹시 싫어했었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자유롭게 잘 수 있는 나의 권리를 통제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내 시간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어 남들이 나를 억지로 ~~ 하게 하는 일들이 다 싫었다. 이는 내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누구든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신의 행동패턴에 맞추게 하거나 통제를 하려 들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에게는 쉬이 허락되지 않던 일들이 신기하게도 고양이에게는 큰 거부감이 없이 이해가 되고 있다. (나는 잠자리에도 예민하여 누군가와 침대를 공유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갑자기 바뀌어 버린 삶의 패턴으로 인한 피곤함으로 반발심이 생기기도 했었다. 그래서 빨리 고양이를 입양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가 입양이 어려워지고 치료기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이 아이를 품어야 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이틀이 쌓여가자 어느새 나는 이런 삶이 익숙해져 가고 있다.


고양이는 나의 '소중한' 하루를 깨워주는, 아침을 알려주는 존재이다.


물론, 그것은 나를 위한 다기보다는 본인이 놀고 싶어 나를 깨우는 것이지만 아침잠이 많은 나는 요즘 늦잠을 자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을 정도로 아침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서 잠깐 내 새끼 자랑을 한 번 하고 가고 싶다. 우리 집 고양이는 그 작고 어린 몸으로 위험한 길거리에서 스스로 소리를 내며 돌아다녀서 살아남았을 정도로 생존력이 어마어마한 특별한 아이임에 틀림없는데, 내 새끼라 그런지는 몰라도 정말 영특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하나가 아침이면 장난감을 입에 물고 와서 내 손 옆에 놓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물고 다니며 여기저기 옮기길래 그것만으로도 영특하다 생각했고, 내 옆에 놓는 건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해서 몇 번을 멀리 던져봤는데 몇 번이고 가지고 왔다. 가끔 말귀도 잘 알아듣는 것 같지만 이건 아직 수련이 더 필요하다. 어찌 되었든 영특하게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내가 이런 천재 같은 아이를 살렸구나! 안 살렸으면 어쩔 뻔했어! 하며 자축을 하게 된다.


나는 링웜이라는 고양이의 피부병을 발견하고,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 공을 들였다. 보험이 안 되는 동물병원의 치료비, 검사비, 약값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금전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치료과정에서 겪었던 힘들었던 순간들, 그리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희망찬 순간들이 나에게는 더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아픈 아이는 당연히 입양시장에서 인기가 없었고, 글을 올려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초반에 한 명으로부터 연락을 받기는 했으나 거리가 너무 멀기도 했고, 본인도 아이를 케어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급하게 진행하려고 하는 입양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입양을 잠정보류 하였다.


사실 이때 나도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누구든 입양에 대한 연락이 오면 보내겠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쉽게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연락이 오자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따지다 보면 이것도 저것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때 나는 깨달았다. 나에게는 선택의 문제가 남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회피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입양을 보낼 것이라면 신중하지만 깔끔하게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좋은 입양자를 만나게 해줘야 하며,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멀리서 아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줘야 한다는 것도. 혹시나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아이를 입양 보내고 나서는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까지도 이제야 실감이 났다.


여태까지 고양이 육아로 너무 힘들다고 회피하고 싶어 하던 내 마음이 갑자기 다른 목소리를 내었다. 이때 내 머릿속을 채운 질문은 '나보다 이 아이를 잘 알고 잘 키울 사람이 있을까?'였다. 나보다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믿고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담긴 목소리였고, 이 아기 고양이에 대해서 만큼은 이 세상에서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는 근거 없는 또는 근거가 있는 자긍심과 자부심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요즘은 입양 연락이 오면 심장이 쿵쾅거리며, 마음속의 목소리가 질문을 바꿔한다.

"너 진짜로 보낼 수 있어?"라고. 이 질문은 "내가 너 없이 살 수 있을까?"로 바뀌어 마음속을 울린다.


아기 고양이의 고소한 냄새는 이미 내 코에 박혀버렸다.

지나다가 어? 이거 우리 고양이 냄새인데? 하고 비슷한 냄새가 나면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오늘도 예전에 올렸던 입양글을 보고 입양이 가능한 지 묻는 연락이 왔다.

물론 지금의 나는 선뜻 그 문자에 답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아직 아이를 키우기에 부족한 내 환경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내가 진짜 이 아기 고양이를 보낼 수 있을까?


나는 해외에 나가고 싶기도 하고 준비하고 싶은 자격증들도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아직도 많은 사람이라, 여러 선택지들이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아기 고양이를 쉽게 입양 보낼 수 있을 거라 예상했었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나도 내 인생을 더 발전적으로 살기 위해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작은 생명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이별을 예상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진심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잘 키워야 할 것이다. 내 마음이 가는 곳으로 지치지 말고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내 마음은 어디를 향해 나아가게 될까. 아직은 그 무엇도 확신을 할 수가 없다.


오로지 확신할 수 있는 것들은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 뿐이다.


오늘도 내 앞을 열심히 뛰어 나니는 아기 고양이의 활발한 움직임과 손만 닿으면 울려 퍼지는 골골송, 하늘을 향해 쭉 뻗은 꼬리, 잠이 들 때면 내 곁에 안기는 모습. 나를 필요로 하는 한 어린 생명체의 모든 몸짓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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