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연애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찬란했던 순간'인 것 같다.
20대의 연애경험은 모든 면에서 새롭고 신기했다. 안 가본 곳들은 가보기도 하고 맛있는 것들을 먹으러 다니기도 하며 데이트를 하는 모든 순간이 반짝반짝 빛났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다양한 대외활동하며, 또 해외여행을 다니며 여러 국가의 사람들을 만났다. (사귄 것이 아닌 사람대사람으로의 만남)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며 간접적으로나마 계속해서 내가 친구로 지내고 싶은 사람에 대한 기준을 세워나갔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연인을 사귈 때에는 그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연인을 사귈 때에는 친구를 사귈 때와는 달리 굉장히 특별한 기준이 필요했는데, 그것은 바로 '이성적인 끌림의 유무'였다. 나에게 어떤 사람이 잘 맞는지를 모르던 20대의 나는 그저 보이는 외적인 부분, 조건적인 부분을 보고 마음에 들었던 남자친구를 사귀곤 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의 과거 20대의 연인들은 모두 나의 '마지막 인연'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느새 나는 반복되는 이별로 인해 지쳐버린 30대가 되었다.
이 사람은 내 인연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마음을 열고 노력을 하다 어느새 이별로 인해 산산조각 나 버리고 마는 경험. 모두가 겪는 그런 연애를 여러 번 겪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연애에 대한 거부감도 생겼다. '어차피 헤어질 거 피곤하게 뭐 하러 사귀어?', '또 누군가를 만나서 소개하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 그거 너무 귀찮아.'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현실이었다. 누굴 만나도 설렘의 시간이 지나 결국은 이별로 귀결되는 것 같았다.
20대에 3년가량 장기 연애를 하던 시절의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람이 나의 마지막 사람일 것이다'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당시의 우리는 누가 맞고 틀리고를 따질 것도 없이 그저 서로가 서로만을 바라보는 연애를 했고, 때로는 치고 박으며 격하게 싸우고 헤어졌다 다시 붙었다는 반복 하며 열정 넘치는 연애를 했었다. 그렇게 수많은 싸움에 지친 나는 이별을 선택했다.
그 이후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연애는 장기 연애에 비해 기간이 항상 짧았다. 20대에 비해 30대의 만남들은 비교적 이별이 쉬웠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이별은 고통을 동반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별에 대한 감정에도 무뎌져 갔고, 연애를 할 때 마음을 덜 주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 같기도 하다. (더 큰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30대는 사회초년생을 벗어나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회사에서 맡는 업무량도 많아지고 바빠진다. 그래서 연애에 쏟을 에너지 자체도 줄어들어 서로가 서로만을 바라보는 것이나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쏟는 것과 같은 노력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30대는 결혼적령기이기 때문에 아무도 만나지 않고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시기이다.
아마 30대의 지친 어른들은 '이런 꺼져버린 불씨 같은 마음이 누군가로 인해 다시 불붙을 수 있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하는 노력과는 별개로 말이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운명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던 나에게 '마지막 사랑' 과도 같은 사람이 찾아왔다.
과연 그와의 연애는 나의 연애스토리의 마지막 종착지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