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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Sep 04. 2024

서로를 끌어안다 Part.1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과 같은 사람




한 가지 빠진 퍼즐조각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던 우리는 그럼에도 나쁘지 않은 삶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서로는 지금까지 인생이라는 퍼즐에 퍼즐조각을 나름대로 잘 끼워 맞춰 오면서 이대로의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첫 만남은 소개팅이었다.


여러 번의 소개팅을 해본 전력이 있는 나는 사실상 큰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도 마스크를 쓴 모습만을 본 채 나갔었다.


그럼에도 소개팅을 사양하지 않고 나가고자 했던 것은 솔로인 기간이 4개월가량 된 시점이기도 했고, 그동안 고양이와 함께 거의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나와 다른 분야에서 사는 사람과 그저 대화를 나누고 영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의 나이는 나보다 3살이 많았다.

이번 소개팅의 주선자는 나의 전 직장동료와 그 배우자가 될 남편분의 각각의 소개였는데, 그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의 내 남자친구는 연애를 안 한 기간이 오래되었고, 그동안 워낙 까탈스러워서 소개팅이 잘 안 되었다고 하였다. 눈이 하도 높은 것 같아 도대체 얼마나 잘난 사람이길래 그러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호기심으로 소개팅은 수락하였는데, 내 사진을 보냈다는데 상대로부터 이틀 동안 연락이 없었다.


'헉... 나 까였구나ㅋㅋㅋㅋ' 하는 마음으로 주선자에게 까였으면 까였다고 말해줘도 된다고 연락을 해봤더니 지금 너무 바빠서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기다려 달라는 말이 돌아왔다.


'잉?'

'연애를 오래 안 했다더니, 연애가 급하지 않은 분이시구나...'


이 시점에서 사실상 나는 이분과 연애에 대한 생각은 아예 접었고, 그냥 도대체 얼마나 잘나면 이렇게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건지 그 자신감이 궁금해졌다. (나는 이 시기에 굉장히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였어서 그런 면을 좀 배우고 와야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그와 빠르게 만날 약속을 잡았다.

상대방이 호감이 없어 보였다 보니 속전속결로 해결하자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만난 첫 소개팅에서 그는 매너 있게 우리 동네까지 찾아왔다.


'매너 점수 합격'

'괜찮은 사람일지도?'


그는 30분이나 일찍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춰 매장에 도착하였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처음으로 마주한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놀랐다.


'큰일이다..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 수차례의 소개팅 전력으로 나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아냐, 외모가 내 스타일이긴 해도 성격이 별로거나 개그코드가 안 맞거나 사상이 아예 안 맞을 수 있어. 그러면 뭐 잘되긴 어렵지, 빨리 이 사람을 탐구해 보자.'


그렇게 나는 그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하며 대화를 하였다.

우리는 서로가 지금까지 자신이 잘 만들어온 퍼즐을 망가뜨릴 생각이 없었고, 상대방이 본인에게 맞지 않은 퍼즐이라면 과감히 혼자인 삶을 택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잘 맞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고, 그것을 위한 대화가 오고 갔다.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인생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 종교, 집안, 취미, 과거 이야기 등등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만 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질문들도 오고 갔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가 그런 질문들을 불편해하지 않았고, 솔직하게 모든 생각과 감정을 나누었다.

그래서 첫 소개팅임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편안함을 느끼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첫 만남을 잘 마무리했다.


나의 첫 만남에서의 목표는 '그에게 에프터를 받는 것'이었다.

워낙에 '까다로운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던 사람이기에 에프터만 받아도 성공한 거 아닌가? 싶었다.


그 또한 첫 만남에서 나와의 대화가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았고 즐거워 보였는데,

역시나 마음은 통했던 것인지 그는 헤어지자마자 바로 애프터 신청을 하였다.

재고 따지는 것 없이 남자답게 바로 애프터 신청을 하던 그의 모습에 호감도는 더욱 상승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설렘반 즐거움반.


소개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계속 이런 관계를 유지해도 나쁘지 않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두려움이 생겼다. 이렇게 지내다가 그냥 편안하기만 한 사이가 되어버리거나 막상 서로 마음이 다른 결과를 맞닥뜨리게 되면 충격과 상처가 커질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나는 확신이 빠르게 생기는 타입인데 반해 그는 굉장히 신중한 타입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2번의 만남동안 나에게 딱히 호감표시를 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매너 있는 행동만을 보여줬고 흔히 남자들이 여자에게 반하면 나온다는 긴장 하거나 수줍어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상대방은 나에게 크게 마음이 없다고 느꼈었다.


나는 N성향이 강해서 그런지 상상을 잘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주선자 양측이 오래된 지인들이기 때문에 예의상 나와주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2번째 만남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마음을 더 키워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에게 폭탄선언을 감행했다.


"그동안 감사했고, 즐거웠어요"


갑작스럽게 투척된 마무리 멘트에 그는 적잖이 당황해 보였다. 그러고 나서는 한 번은 더 만나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는데, 나는 그런 그에게 2번을 만나봤는데 이성적 호감이 느껴지지 않은 거면 한 번을 더 본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민을 하는 듯했다. 아직 본인의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것 같은 눈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3번은 만나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옛날 사람'이길래, 결국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가 2번을 나를 보러 와줬기에 알겠다고 하고 마지막 한 번은 내가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그것이 만남의 마지막일지라도, 오래간만에 소개팅으로 좋은 사람, 또 내 스타일에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난 것은 사실이기에 그 마무리는 아름답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한주가 흐르고, 나와 그는 그의 동네에서 세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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