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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Nov 13. 2024

자꾸만 불안해지는 이유

남자친구와 사귄 이후 계속해서 '이성문제'가 키워드로 나오게 되면 다툼을 벌이게 된다.


나에게 남자친구의 이성문제라 함은 남자친구의 직장동료, 이성친구, 주변 가족, 좋아하는 연예인 등을 가리지 않고 발동하는 사이렌과 같은 영역이다.


남자친구가 여성이 포함된 직장동료 무리와 회식을 하거나 이성친구를 만날 때 신경이 곤두서고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과도한 관심이나 반응을 보일 때 예민해진다.

처음에는 이 모든 일들이 내 안에 남겨진 지난날의 상처들이 아직도 아물지 않아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사실 나는 이성문제로 고통받았던 과거가 있다.



믿었던 상대방이 다른 이성과의 관계로 나를 배신했던 기억이 현재 남자친구가 다른 이성이야기를 할 때마다 떠올라 불안감에 잠식당해버리고 만다. 그렇게 통제력과 자제력을 잃은 내 모습을 스스로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시간들은 나에게는 너무 큰 고통이다. 다시 겪고 싶지 않아 꾹꾹 눌러 놓았던 기억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물론 내가 그렇게 고통스럽고 힘들어한다고 한들 상대방의 행동과 선택을 바꿀 없다는 것도 알고, 상대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 또한 이런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 방법은 뭘까? 상처받은 시간으로부터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

운동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여러 강의나 강연도 듣고 그렇게 나아진 것처럼 보여도 비슷한 상황에 닥치면 상처의 트라우마가 계속해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래서 나는 늘 그랬든,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유일한 길은 '혼자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버린다.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


지난 남자친구는 이런 나의 성향을 알고 상당히 신경을 쓰고 노력을 해주었었다. 

애초에 이성친구가 많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으나, 업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만나는 이성관계에 있어서도 선을 그으려 노력해 주는 과정 속에서 나는 안정감을 찾곤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다른 문제로 인하여 그들과 끝내 인연이 다하곤 했지만)


지난 연애로 인하여 나는 상처를 가진채 관계를 맺어나가는 경험을 쌓기는 했지만, 나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는 것 또한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도 했었다. 


지금의 나는 최대한 각자가 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부분에 있어 현재 남자친구에게 계속해서 신뢰가 가지 않는 나는 왜 그런 것인지 궁금했다.


남자친구가 이전에 이성문제를 일으킬만한 이상한 행동을 보이거나 했던 적은 없었지만, 나는 늘 불안함에 떨고 있었다. 여러 번의 다툼 속에서 상대방은 계속해서 나를 탓했다.


내가 예민하고, 과하다고 했다.

정녕 이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진지한 고민들 속에서 마주한 속마음은,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짓게 되었다. 나의 깊은 내면 속에서 그는 내가 아프고 힘들어도 내 곁을 지켜줄 같다는 확실한 내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그동안 그가 나와의 싸움 속에서 보인 태도들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는 어떤 문제에 있어서도 나에게 져주지 않는다. 자신이 할 말을 끝까지 하고 그게 아니라면 끝이라는 태도를 보일 때도 있었다. 


그리고 본인이 바쁠 연락이 안 되고 거기에 대한 서운함도 문제로 치부하였다. 나는 그가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모습들이 쌓이다 보니 그 사람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느낄 수가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그에게 하면 그는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한다.

이상 이야기가 이어지기가 쉽지가 않다.


자꾸만 싸움이 반복되자 '우리 잘 맞지 않는 거 아닐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나도 지쳤기에 그를 붙잡고 싶지 않았다.


이미 벌린 일들을 수습하는 것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겠지만 나 또한 사랑을 고통받으며 하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 결혼을 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아 고통받으며 사는 직장동료가 있다.

그에게 물어보면 당장이라고 이혼하고 싶지만 애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산다는 말을 한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비추어, 결혼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도 연애 때와 결혼 초반에는 상대의 장점만을 바라보고 잘 맞는 상대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이제는 단점만 보이는 관계에서 자신은 숨 쉴 곳이 없다고 한다.


나에게 이 사람이 정말 맞는 결혼상대일까? 또, 나에게 결혼이라는 제도는 필요한가?

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또한 환상인 걸까?

원래 이런 것일까? 나만 이런 것일까?


설렘과 기쁨보다는 고민이 더 많은 하루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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