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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고양이 Oct 29. 2024

2024년 10월 공무원 연금 생활자가 되다.

 프롤로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특히 가을이 무르익은 10월 말 가을 아침에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 행복한 기분이 든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나는 지난 5월에  내내 고심하던 명예퇴직 신청서를 내었다. 명퇴휴가기간 중이었던 지난 5월에  34년 8개월의 나의 공무원 기록을 남기고 싶어 브런치 작가에 신청하여 승인을 받고(작가 등단 승인을 받고 정말 뛸 듯이 기뻤다.) 6월 말부터 7~8편의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고맙게도 부족한 나의 글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라이킷과 구독자수가 늘 때마다 행복감이 상승했다. 어서 당초목표였던 9월 30일 명퇴기간 전에 나의 글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7월 중순경 아침에 둘  학교를 데려다주고 집 엘리베이터 대기 중에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이 아침에 엄마 전화라니.. 무슨 일 있으신가 싶어 가슴이 덜컥하여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저번 주일 성당에 나갔냐고 물어보시고는 진짜로 전화하신 목적이었던 내가 쓰고 있다는 글에 대해 물어보셨다.  혹시나 네가 억울한 마음에 다른 사람 얘기까지 공개적으로 쓰는 거 아니냐고.. 걱정되어서 어젯밤 한숨도 못 주무셨다고.."엄마는 걱정도 팔자 셔~ 내가 누굴 닮아 이렇게 걱정이 많은가 했더니 엄마를 닮았구먼~ 걱정 마셔요"라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몇 번이나 네가 억울하다고 절대 다른 사람 끌어들여 쓰면 안 되고 또한 침묵은 금이며 지는 게 이기는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엄마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생각을 했다.  그잖아도 여기 인사교류로 온 시점부터의 이야기는 진작에 써놓고도 발행을 하지 않고 계속 작가의 서랍 속에 넣어 두고 고민 중에 있었다. 물론 누군가를 비방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그냥 상황에 대해.. 내가 그렇게 명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쓰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이전 근무처의  일은  현재 근무처와는 별개고 20년도 넘은 일이니 술술 써나갔고 금방 브런치에 글을 올렸지만.. 이제 올 글부터는 현재 진행형인 사람들과의 얘기니까..  

선뜻 올려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조금 더 고민을 하고 싶은 생각에 지난 7월 발행했던 7~8편의 글을 일단 내리고 지금까지 계속 어떻게 할까 고민만 하고 있었다.


지방공무원일 때 나의 급여일은 매월 20일이었다. 가장 좋은 치료가 금융치료란 말이 있듯이 6급 30호봉이 넘는 나의 급여명세표를 보면서 힘든 상황을 잊어보려도 하였고 정말로 힘이 나기도 하였다.  

올해 9월 30일 명예퇴직 후에 곧바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퇴직금 청구를 하였고 퇴직수당은 10월 14일 입금이 되었다. 퇴직금 청구를 하면 명예퇴직자의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지급한 명예퇴직금과 합산하여 공단에서 세금을 공제하고 퇴직수당을 입금해 준다. 나의 경우에는 세금이 약 121만 원 정도가 나왔다. 세금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1990년 2월부터 시작을 해서인지 세금이 생각보다 조금 나와 다행이었다.

 * 명예퇴직수당과 공무원연금 퇴직수당 등에 관해서는 나중에 연재할 글에서 자세히 기록할 예정이다. 


이후 우편물로 퇴직연금증서와 연금 급여산정안내문과 책자도 받았다. 이메일로 받는 거보다 종이로 된 증서와 안내문 등을 받으니 더욱더 좋았다.  아직도 나는 아날로그 세대이다. ^^

퇴직연금 증서까지 받으니 퇴직이 더욱더 실감이 났다.

 가장 실감이 났던 건 연금 지급일인 이번달 25일이었다.  

퇴직교육을 받을 때 강사님께서 새벽 2~3시면 급여이체 통보가 온다고 하셨다. 그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고 하셨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공단으로부터 따로 메시지는 오지 않았고(대학교수이셨으니 사학연금으로 우리와 다른 듯했다)  은행에 따로 설정해 놓은 입출금 안내 메시지로 연금 입금 안내 메시지가 왔다. 오전 07:41분에 통보가 왔다.  


자세히 다시 보니 입금시간은 02:52분이다. 예전에 공무원 급여일에는 오전 9시 이후에 입금이 되는데 새벽에 입금이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세심한 배려에 고마운 맘이 들었다.

물론 우리 네 식구가 살아가야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따로 지방공무원 공제회에서 들어놓은 공제회비를 10년간 월 연금으로 받으니.. 이만하면.. 정말 나는 정말로 혜택 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20살에 남들이 대학교 다니는 시절에 나는 일찍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34년 8월간 공무원 생활을 했으니 이제는 좀 누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두 아이들의 대학 등록금도 필요하고(저축한 돈으로 등록금은 내줄 터이니 대학졸업 이후의 삶은 본인들이 감당하라고 얘기해 놓았다.)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으나 그래도 감사하다.

"안분지족(安分知足)" "유유자적(悠悠自適)"의 맘으로 앞으로 남은 나의 연금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9월 30일 자로 공무원에서 퇴직하니 시간이 흐를수록 중단했던 글을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제 공무원이 아닌 자연인 신분이 된  이상 글을 더욱 쓰고 싶었다. 원래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던 낭만소녀.. 아니 낭만 아줌마니까... ^_^


공개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에 고민이 있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너무 자세하게 쓰기보다는 간략하게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퇴직 후에 꼭 기록을 하나 남기고 싶었고 그래야만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한 발짝 나갈 수 있을 거 같았다.

나처럼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고 가장 큰 이유인 우리 아이들에게 그래도 이 엄마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그럼  내가 공무원을 하기로 결심했던 1989년 만 19살의 그 시절로 휘리릭 가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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