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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고양이 Nov 29. 2024

2022년 7월 지방선거로 운명이 바뀌다..

좌천.. 귀양 가는 심정..

민선 8기가 막 출범한 2022년 7월 4일 자로 나는 복지정책과 기초생활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7월 초 첫인사발령은 총무과장과 인사팀장 단 2명만 발령이 났다. 당초는 총무과로 오시는 분들의 자리로 그냥 맞트레이드였다.  그러면 나는 수도과 수도행정팀장으로 다시 가게 되는 것이었다.  그냥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4년 전  떠나온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게... 열심히 일해 온 4년을 부정당한 거 같아 너무 슬눈물이 절로 났다..

인사작업장에서 한참 울다가 직원들이 다 퇴근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서 맘을 다잡았다.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니고 이전에 한번 근무해 본 부서이니 차라리 더 나을 수 있다고 나를 다독였다.


다음날인  토요일  인사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내 근무지가 바뀌었다고.. 수도과가 아닌 복지정책과라는 것이었다. 복지정책과 기초생활팀장도 그때 공석이었었다. 그래도 외청이 아닌 복지정책과로 가게 되어 맘이 한결 가벼워졌고 이유야 어찌 되었든 외청 수도과가 아닌 본청 복지정책과로 발령 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복지정책과로 2022. 7.4 월요일 출근을 하니 (인사발령이 뜨지도 않았었기에) 소식을 몰랐던 직원들이 많이 놀라워했었다.  그렇게 기초생활팀장으로 보직을 받았다.  의욕은 없었으나 일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왜냐하면 우리 팀은 7급 1명, 9급 2명, 한시임기제 9급 1명 등 총 4명이었고 자활과 기초생활전반업무를 봐서 업무량이 상당히 많았고 특히 자활업무는 직원들이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였다.  나도 자활지침 등을 공부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보조금 지급과 정산이 아닌 매출금이 발생하는 부분이 있어 그 부분 처리가 생각보다 많이 복잡했다. 이렇게 복잡한 업무가 있다니.. 당시 많이 놀랐었다.  


발령받은 지 2주가량 지나서 자활업무를 맡았던 7급 직원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고 동에서 7급 직원이 새로 왔는데 이 직원이 온 지  2주 정도 지나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였다.  팀장이 되어서 온전히 직원이 채워져서 근무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거 같다. 심지어 총무과 총무팀장으로 근무할 때조차도 인원이 채워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자활업무는 이제 막 발령받은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내가 아직 공부단계에 있어 내가 대신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닐 정도로 업무량이 방대했고 또한 민선 7기 공약사항이 우리 팀에 2건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아직 저연차라서 내가 그 업무를 수행해야 했는데..(이전에는 공약이 없던 팀인데 내가 가자마자 공약이 2건... 정말 일복이 어디  안 간다..ㅠㅠ) 공약사항 업무에 자활업무까지 아무리 내가 베테랑이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이었다.  우리 팀 직원들은 9급과 한시임기제 9급으로 직원들이 업무를 나누어 볼 수 있는 역량은 안되었기에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무게로 다가왔다.


그래서 정말 맘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인사팀장님에게 인사상담을 요청하였다.  우리 팀 직원이 2주일 정도 후에 그만두려고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자활업무는 직원들이 기피하는 업무고 어느 정도의 경력을 필요로 하니 꼭 인력 배치를 해주십사 부탁드렸다. 고맙게도 같이 따라온 인사담당자가 마침 복직자가 있으니 우리 팀에 배치해 줄 거라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직원이 사직서를 내고 들어가고 2주일 정도를 공석으로 견디고  인사발령이 났다. 혹시나 그전에 한 번 더 인사팀에 부탁할까 생각도 했지만 일하는데 채근하는 거 같은 맘이 들어 참았다. 그런데  우리 팀에 직원이 배치가 되지 않았다.!  인사팀의 입장에서 인사사항을 미리 알려준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니 이해는 하면서도 앞날이 암담했다.


인사발령이 있고 다음날 과장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다른 팀에 있는 직원을 우리 팀으로 배치해 준다고  하셨다.  그 팀장과 상의를 한 거냐고 여쭈어보니 양해를 구했다고 말씀하셨고 다음에 직원이 오면 우선적으로 그 팀으로 배치해 준다고 하셨다. 나는 과장님께는 고맙고 옆 팀장에게는 미안한 맘이 들었다.

특히 당시 과장님께서는 본인이 직접 팀 간에 직원 배치를 진두지휘하셨는데.. 일도 정말 열심히 하시던 분이었다. 열심히 일하시는 과장님이 나는 존경스럽기까지 했고 힘든 시기에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신 과장님께 늘 감사했다. 내 명퇴일 9.30일에도 유일하게 톡을 주신 과장님이었다.  제2의 인생을 응원한다고 해주셨다.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j과장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직원의 부재를 예전의 나 같으면 감당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결원인 상태에서도 직원 업무를 숱하게 봐왔던 나였으니까... 그렇지만 나도 이제 막 발령을 받은 상태로 자활업무는 감도 안 잡히는 상태여서 옆에 팀장이 서운해하는 걸 느꼈지만..  너무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 팀으로 배치받은 직원은 유능하고 성격도 좋았다. 이전에 있던 팀의 업무와 우리 팀의 업무까지 병행하던 정말 보기 드문 성실한 직원이었다. 자활업무가 어려워서 서로 공부하며 의견을 나누며 업무를 해나갔다.


다음 해 2023년 1월 정기인사에 그 직원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고 타 부서 직원이 우리 팀으로 오게 되었다. 새로 온 직원도 유능한 직원이었는데 이후  나와 1년을 같이 힘든 자활업무를 보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자활업무를 보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서로  의지하면서 업무를 추진했는데 자활 관련 민원이 그치지 않고 발생하여 나도 그 직원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직원도 나를 많이 의지했었기에 2024년 1월 초 인사발령으로 내가 떠났을 때 직원만 두고 떠나는 것이 너무 미안했는데 다행히 바로 이어진 직원 인사에서 그 직원도 동으로 발령받게 되어 나도 맘이 편했었다. 그만큼 자활업무는 어려웠고 민원도 많았고 직원들이 기피하는 업무였다. 옆 팀에도 직원이 배치되어 팀장에게  늘 미안한 맘이었는데 맘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팀장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 이런 부분이었다. 새로운 업무가 내려올 때, 인사발령으로 팀별로 직원배치를 할 때.. 팀원들을 위해 모진 말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너무 괴로웠고 평화주의자인 나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미묘한 그 상황을 피하려 차라리 내가 맡겠노라 하고 싶었지만 나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이후 그 팀에 계속적으로 그 업무가 남기 때문에 그래도 이후를 위해서, 우리 팀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업무를 떠밀려 받지 않기 위해, 팀원들을 위해 팀장이 총대를 멜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치열한 경쟁에서 지게 되어 우리 팀으로 새로운 업무가 넘어오게 되면 직원에게 차마 줄 수 없어 그 업무는 내가 직접 맡아 처리하였다.  신설되는  업무 처리부서 지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늘 긴장되는 상황이었다. (아마, 지금도 여전히 각 행정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아무리 맘을 비웠다고 하나 마다 상. 하반기에 1년에 2번 정기인사와 수시인사로 사무관 승진 발령 인사가 있을 때면..  맘이 소용돌이쳤다.  가장 힘든 것은 직원들 보기 부끄럽고 직원들에게 힘이 되지 못하는 무능한 팀장이 된 거 같아 그게 제일 괴로웠다.  

그 힘든 시기에 날 위로해 줬던 것은 법륜스님의 말씀과 템플스테이였다.  혹시 지금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은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어보라고 꼭 권해 주고 싶다.

좋은 말씀을 들으며 내가 못 가진 것보다는 가진 것에 감사하며 지내고자 맘을 다독였다. 제2의 화살을 맞지 않도록 상황은 바꿀 수 없으나 내 생각을 바꾸면 되는 것이니 생각을 바꾸려 노력했다.


맘을 비우고 생활하던 2023년 11월경 사회복지 워크숍이 있었다. 그동안 복지부서에 오랜 시간 근무했지만 업무에 바빠서 복지 워크숍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이번에는 꼭 가보고 싶었다. 같은 업무를 보는 정든 직원들과 떠난 2박 3일의 워크숍은 정말 너무 즐거웠었다.


워크숍 1일 차 저녁식사에  당시 사무관 승진교육 중이셨던 세분이 우리 저녁식사 자리에 와주신 적이 있다. 그분들 중  분께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에게만은 미안하다고 하셨다. 내게 "일 열심히 하고 경력도 오랜 된 거 아는데 본인이 먼저 승진해서 미안하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나는 " 아니다.. 제가  부족하여 승진을 못한 거다..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너무 고맙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분이 그때 나에게 해주셨던 말씀과 따뜻한 눈빛은 큰 위로가 되었다.

명예퇴직 신청을 내고 떠나올 때  인사도 못 드리고 왔지만..

정말 고마웠습니다.!  L 사무관님!

직원들을 위해 소통의 창구가 되어 주시고 더욱더 승승장구하시길 기원합니다.!


2023년 1월부터 들쑥날쑥하던 팀원들도 안정이 되고 단순업무만 보던 한시임기제 9급도 일반직 7급으로 교되어 팀환경도 안정이 되고  팀 업무도 익숙해지고 직원들도 날 잘 따라 주어서 이후 1년은 잘 지낼 수 있었다. 기초생활팀장으로 공약 업무를 담당하면서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의회설명, 예산을 확보하여 집행까지  업무를 1년 만에 마무리하여 이제는 바쁜 거 끝나고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다.


2023년 12월 말에 하반기 승진을 포함한 인사발령이 늘 있었던 것처럼 또 있을 거였다. 2023년까지 사무관 승진자 분들은 나와 경력이 비슷하거나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어서  맘이 조금은 덜 힘들었었으나 2024년 승진자부터는 나보다 경력이 적거나 나이 어린 사람이 승진할 거 같았다. 내가 과연 그 상황을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맘을 비우고 또 많이 비워서... 맘이 소용돌이가 없을 거 같았지만... 아무래도 그 시간을 내가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잠깐 그 시간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12월 말에 약 1주일간의 장기재직휴가를 떠났다.


 엄마, 언니와 여행 중이었던 그 휴가기간 중에 2023년 12월 29일 핸드폰이 울렸다. 우리 팀 직원 전화였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표지 이미지 : pixabay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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