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강화도 친구 J 자취방에 놀러 갔다. 원래는 대전 사람이다. 200km 이상 떨어진 곳에 굳이 자취를 하는 이유는 강화도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해서다. 강화도에서 공무원 시험을 보려면 강화도에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친구 T와 같이 놀러 간 J의 자취방은 꽤 쾌적한 기운이 있었다.
워낙 막역한 사이였기에 들어가자마자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누웠다. 나는 장난이었지만 J는 내심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 저녁에 술 한 잔을 하며 아까 있던 일을 슬쩍 털어놓는다. “나 침대에 안 씻고 다른 사람이 눕는 거 좋아하지는 않아” 듣는 내가 민망하지 않게 최대한 돌려 말한 것이었겠지. 난 J의 말보다는 아까 내 행동이 부끄러워 술잔을 만지작거리다가 한 잔을 마시고 자작했다.
오늘은 집에 왔더니 가족 아무도 없었다. 시간은 오후 다섯 시쯤이었다. 책상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두 시간쯤 지났나,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 앞에서 인기척이 났다. 곧 현관문을 열고 등장한 사람은 형이었다.
형과 나는 보통 형제와 비교해서 우애가 좋은 편이다. 형이 현관문에서 신발을 벗고 곧장 내 방으로 들어왔다. 일이 많았다고 투덜대면서 내게 하소연을 하려고 방에 들어와 침대에 풀썩 눕는다. 내 시선과 신경은 온통 형의 발에 향해있었다. 양말도 채 벗지 않은 채로, 아니 그보다는 꼬질한 회색 양말이 신경 쓰였다. 회색 양말이 감싸고 있는 형의 발은 내 침대의 끄트머리를 갯벌의 갯장어마냥 휘젓고 있었다. 목 끝까지 “내 침대에 발 안 씻고 올라오지 마”라는 말이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오늘도 평안한 형제애를 위해서.
그리고 다시 컴퓨터로 눈을 돌리니 이틀 전 내가 J네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장난을 이유로 침대에 드러누웠던 것이 생각난다. 이런 기분이구나. 역지사지는 역시 겪어봐야 이해하는 것 같다. 형이 싫은 건 아니지만 형의 씻지 않은 발이 내 방 침대를 휘젓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J는 내가 형제도 아니었는데…. 오늘은 매우 구체적인 다짐을 해본다. 친구든 가족이든, 발 안 씻고 다른 사람 침대에 올라가지 말아야지.
C 사진,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