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복권명당 08화

"떨어졌습니다."

by 김승일

평소 가까이하던 K의 얼굴이 어둡다. 최근 정규직 전환 평가가 몇 차례 진행되었고, 순조롭게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까지가 내가 아는 K 근황의 전부였다.


주변 분위기는 당연히 ‘전환’될 거라는 식이었다. 지금까지 관행이 그래 왔고, 또 K의 업무 수행 능력이나 인품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던 이유다. 한창 평가 시기일 텐데 오늘따라 낯빛이 어두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K 씨, 파이팅입니다”

간을 봤다.


“승일 씨, 잠깐 시간 되세요?”

움찔했다. 뭐지?


곧 방송실로 자리를 옮기자는 말이 오간다. 이 시간에 방송실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끝난 뒤다. 방송실로 발을 옮기는 내내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앞에 서서 묵묵히 걸어가는 K의 뒷모습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질질 끄는 쓰레빠가 오늘따라 애잔하다. 한적한 방송실에서 K는 운을 뗀다.


“떨어졌습니다.”


어색한 분위기. 웬만해서 당황하지 않는 나도 일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려운 대화를 하는 도중에는 적정 시기를 넘어선 당혹스러운 표정이 대화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소 충격적인 소식에 순발력 있는 대답을 할 타이밍을 놓쳤다.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길래 K의 눈을 보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다. 나도 금세 진정을 찾고 위로의 말을 전하려던 찰나, “덜컥”하고 손잡이가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평소 사람이 잘 오지 않는 이 공간에 부장이 찾아왔다. 뭔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곧 부장의 시선이 나와 K에게 향했다가 멈춘다. 정규직 전환 심사 중인 K와 내가 이 시간에 아무 용무 없이 방송실에 있다는 것은 민감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 말 없이 부장이 다시 나간다.


일 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의 숨 막히는 상황이 지나고 다시 동료의 눈을 보니 눈물이 쏙 들어가 있다. 말없이 방송실을 나왔다. 동료와 나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