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복권명당 06화

선생님에게 욕하는 아이들

by 김승일

3교시 영어 시간이 끝났다. 교무실이 유난히 소란스럽다. 얼굴이 빨개져서 부끄러움과 화가 한 데 섞여있는 표정을 한 학생 한 명이 교무실 한가운데서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학생 옆에는 방금 수업하신 영어 선생님이 같은 표정으로 서 있다.


들으라고 하는 듯 수군대는 말들로 정황을 맞춰 보니,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지도가 못마땅했던 학생이 그만 대놓고 욕을 해버린 것이다. 학생들에게 욕은 감탄사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식적인 수업 시간에, 그것도 선생님 얼굴에 대고 주변 학생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욕을 했다니 아뿔싸. 내가 다 화끈거리고 부아가 치민다.


무서운 인상의 선생님 몇 분이 오고 가니 금세 학생 표정은 울상이다. 영어 선생님 뒷모습이 오늘따라 초라해 보인다. 몇 층 안 되는 학교에서 흥미로운 얘기는 삽시간에 퍼진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그 학생 반 근처, 교무실 근처에 학생들이 앞다투어 구경을 나선다.


다음날 영어 선생님이 출근하지 않았다. 분주하게 수업을 준비하던 모습은 없고, 의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삭막하다. 교실도 분위기가 다르진 않다. 덩달아 혼쭐이 난 학생들이 초상 분위기에 곁눈질로 선생님 눈치만 요리조리 살피며 각자마다 자기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식으로 조용히 집중하는 척을 한다. 선생님들 기가 죽으니까 아이들도 마음이 편치 않은가 보다. 어제 불같던 곳은 재만 날리고 상처만 남았다.


며칠 뒤에 욕한 학생의 어머니가 오셨다. 어머니 표정을 보기도 전에 발걸음부터 보게 된다. 단정한 구두에 바퀴라도 달아놓은 듯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아 거의 천천히 미끄러지다시피 걷는다. 고개는 푹 숙였다. 나란히 앉아 고개 숙인 모자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화는 안 나고 애잔하다.


일주일이 지났다. 다시 일상으로 모든 것이 돌아왔다. 근데 어쩐지 그 학생과 선생님 사이 기류는 긴장감이 흐른다.



ⓒ 사진 저작권,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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