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복권명당 07화

스크린 야구장에 간 '문제아'

by 김승일

학교에서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스크린 야구장엘 갔다. 가는 버스에서부터 들뜬 아이들이 너도나도 스크린 야구장 갔던 기억을 더듬으며 자랑질을 해댔다. 스크린 야구장에 가본 적이 없는 친구들은 관심 없는 척 핸드폰만 만지작거렸지만 귀가 향하고 있는 곳은 친구들의 자랑질이었다.


같이 간 선배 선생님의 업무적 호위를 받으며 무사히 스크린 야구장에 도착했다. 마침 스크린 야구장에 있는 방이 네 개뿐이라 한 시간 반 동안 그 공간을 오롯이 아이들이 점령할 수 있었다. ‘재밌는 체험이 기다리고 있고, 냉장고에는 이제 곧 자기 배 속으로 들어갈 탄산음료와 과자가 즐비하고, 사고 쳐도 책임져줄 선생님이 옆에 있다’. 스크린 야구장으로 가는 건물 계단을 오르며 이런 생각에 당도한 아이들은 입장문을 열자마자 먹잇감을 포착한 동물처럼 일사불란하게 마구 움직였다.


물론 이런 아이들의 행동이 전혀 밉지 않았다. 나로서는 이런 일들이 당연지사였고, 선생님이라는 직분을 떠나서도 기뻐하는 청소년들을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기 때문이었다. 마침 한 아이가 체험활동에 같이 가기로 해놓고 참여하지 못해서 3학년 팀 중 한 곳에 인원이 부족했다. 혼자 기다리기 무료했던 차라 기꺼이 팀에 합류해서 스크린 야구장 타석에서 연신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내가 치고 있던 방의 문이 다급하게 열리면서 한 친구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 친구의 얼굴을 보자마자 좋지 않은 예감이 감돌았다. 문을 연 친구는 다름 아닌 우리 반 ‘문제아’, 성민이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비교적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특성 덕에 나와 반 몇 친구들의 머리를 지끈하게 하는 일일연속극의 주연으로 열연을 펼치는 명배우였다. 내 안 좋은 예감의 근원은 성민이의 매우 상기된 표정 때문이었다. 친구들 간에 다툰다거나, 시설물을 훼손했다든가 하는 문제들을 곧 입 밖으로 꺼낼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난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벌써 머릿속으로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 미래의 나를 발견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러나 내 예감은 전혀 빗나갔다. “선생님! 저 홈런 쳤어요! 그것도 두 번이나! 제가 4점이나 냈어요!”. 안도했다. 그리고 곧장 칭찬했다. 3학년 친구들과 게임을 무사히 마치고 아이들을 모두 귀가시켰다. 돌아오는 길에 계속 ‘왜 성민이는 홈런을 치고 곧장 나에게 뛰어와서 자랑했을까’. 머릿속에 그 생각만 맴돌았다. 어쩌면 칭찬이 고팠던 건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는 칭찬받을 만한 일을 본인이 주도하지 못하니까 그럴 만도 하다. 평소에 아이들에게 칭찬에 인색한 편은 아닌데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성민이는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뛰어왔을까. 스크린 야구장의 짧고 좁은 복도를 지나면서 내가 칭찬해주고 기뻐하리라고 확신에 가까운 마음으로 나에게 달려왔을 성민이를 생각하니 울컥한 마음에 하늘만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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