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복권명당 05화

몰래 하는 애들, 몰래 하는 선생님들

by 김승일

학교마다 시험 기간이 되면 교무실 앞에 칠판이 하나씩 붙고는 한다. “중간고사 기간, 학생 출입금지”. 출입금지 명령을 받은 학생들은 마음속에서 순종이란 두 글자를 지운다. 칠판에 쓰여 있는 글자를 지우거나 더하여 “중간고자 기간, 학생 출입금지”, “중간고사 기간, 아재 출입금지”로 바꾸곤 한다.


학생들도 장난을 감행할 때는 담력과 눈치가 필요하다. 아무리 장난기가 많은 학생이라고 해도 복도에서 선생님이 보고 있는 가운데 현행범을 자처하지는 않는다. 저만치 복도 코너의 그림자를 살피면서, 또 교무실 출입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지 집중해가면서 일필휘지를 발휘한다.


몰래 쓰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몰래 고치는 선생님들도 있다. 교무실 앞에 고사 기간 출입금지 안내 칠판을 붙이고 안내 글을 쓰도록 담당하게 된 선생님은 매 시간 쉬는 시간마다 복도 앞을 서성거린다. 혹시나 학생들이 장난칠까, 또 칠판이 넘어지진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사실은 노파심이 아니라 일처리 때문에. 선생님 역시 복도의 그림자와 교무부장 자리를 번갈아 체크한다.


자기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이해가 상충하는 두 사람 간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해프닝 보다는 현주소다. 비극이다. 칠판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글씨 자국이 모든 비밀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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