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복권 명당이 있다. 그 복권 판매소에서 특정 복권 일 등이 몇 번, 이 등이 몇 번 당첨돼서 명당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이른바 문전성시다. 그 복권 판매소는 아예 복권을 판매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으름장을 놓는다. 줄은 길게 늘어지는데, 정말 그런가 하여 궁금해서 사는 사람 반, 간절한 사람 반의 반, 긴가민가하는 사람 반의 반이다. 그리고 뒤꽁무니에 술 마시고 내기를 가장하여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 두어 명이 붙는다.
우리나라 최고의 복권 명당은 어디인지 궁금해서 검색해봤다. 부산에 소재한 어느 복권 판매소가 복권 일 등에 이 십여 회를 웃돌고, 이 등은 오십여 회를 웃돈다. 여기는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룬단다. 사람들은 평소 관심도 없던 사주와 풍수지리까지 철석같이 믿어가며 일생일대 가장 간절해야 좋은 운이 깃들 것이라며 복권들을 사 간다. 복권을 사고 돌아서서는 ‘복권 일 등에 당첨되면 뭐부터 하지’ 생각하며 집 얼마, 차 얼마, 엄마·아빠 얼마 주고 나면 돈 모자란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리고는 친구끼리 ‘넌 내가 여기 알려줬는데, 얼마는 줘야지’ 티격태격한다. 지나치면서 들으면 우스갯소리인 것 같은데, 얼굴은 유심히 보면 울상이다.
‘하버드대학교, 쾰른성당, 오페라하우스. 이들의 공통점은? … 모두 복권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읽고 나면 복권을 산 자신에 대한 체면도 산다. 국가 살림이 위험할 때마다 도움이 됐던 복권에 나도 가담했다나. 복권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복권에 중독된 사람들을 제하면 사퇴서를 만지작거리는 직장인들에게는 복권이 정신 건강에 도움되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어차피 복권 사도 당첨은 절대 안 될 것이라며 번개 맞을 확률과 비교하는 친구들보다는 좀 더 진취적인 면모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당첨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