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건너편에서 마주 걸어오는 사람들과 가끔 눈을 마주칠 때가 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살듯이 당연히 눈을 마주치게 되는 대상도 여러 사람이다. 운이 좋다면 호감이 가는 이성을 마주칠 수도 있는 것이고, 천진난만한 아이들도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가끔 무섭게 생긴 사람을 마주칠 때도 있다. 사실은 멀찍이부터 걸음걸이와 헤어스타일, 인상을 본 체 만 체 하면서 눈을 마주칠지 아니면 어색한 분위기로 다른 곳을 보며 지나칠지 계산을 끝내 놓는 게 고수의 지경이다. 그러나 가끔 코너에서 마주치거나 벤치에 앉아있다가 마주친다면 복병이라도 만난 듯이 흠칫하며 눈을 돌린다.
눈이라고 다 같은 눈이 아니다. 유독 눈이 이글거리고 눈썹이 짙은 사람들이 있다. 그 눈에 뿜어지는 레이저가 내 눈에 당도하기 전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는 게 관건이다. 잠시라도 마주쳤다가 바로 눈을 돌린다면 아무리 상대가 강적이라고 해도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를 지나치고 나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상대방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나친 후 대략 다섯 발자국 뒤에 뒤로 고개를 돌려본다. 아뿔싸. 그 사람도 뒤를 본다. 나는 그 사람을 본 게 아니라 잠깐 뭐가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사람처럼 황급히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하늘을 치켜본다. 당황한 나머지 저지르는 실수다.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서 하늘을 보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내 시선처리에 하루 중 일 분을 골몰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유치하긴 하지만 아직은 재밌는 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