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복권명당 11화

보기 싫은 친구 되기

by 김승일

어릴 때만 해도 경한이네 전화해서는,

“안녕하세요. 저 경한이 친구 승일인데요. 경한이 집에 있어요?”


“응 그래, 승일이구나. 경한이 집에 있는데, 바꿔줄까?”


“네, 감사합니다”


“경한아, 나 승일인데, 저녁 먹기 전까지 미니카 하고 놀자”


“응, 알겠어”


친구네 집에 전화해서 불러내야 친구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굳이 친구에게 전화하지 않아도, 또 불러내지 않아도 SNS를 통해 근황은 물론이요, 무슨 얼굴을 하고 다니는지, 무슨 옷을 입고 다니는지 다 알 수 있게 됐다. 정작 보고 싶은 친구는 근황을 알 길이 없는데,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친구는 별의별 사진을 하루에 두어 번씩 올린다.


보기 싫은 친구의 기준에 들어가는 수순은 간단하다. 본인의 외모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기, 해시태그는 최소 6줄 이상으로 글이 이어져 정사각형 정도 되는 문단으로 만들기, 동기부여에 심취해있기, 직장이나 옷, 가방 등을 매번 자랑하기, 그것도 아니면 자기만 아는 음악이나 그림을 나열하기 등이다.


물론 개인 고유의 공간이기 때문에 전혀 욕먹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근황을 많이 알리면 알릴수록 어째 가까워지는 느낌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의학에서는 임상 실험이 한 세대를 지나야 가능하다고 하는데, 의학 말고는 각종 신문물이 생기는 족족 임상 실험을 해대니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온몸으로 느껴보지 않고서야 알 길이 없다.


차라리 스포츠나 게임에 삼매경으로 빠진 친구들이 보기에 순박한 것만 같다. 이렇게 친구들의 근황을 한바탕 품평하고 내 계정에 들어가 본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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