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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Mar 28. 2024

유제품을 먹지 않으면 벌어지는 일들.

단 일주일만 안 먹어도 이렇게 됩니다!

채식해야겠다! 마음먹은 분 중엔 과일과 채소를 제외한 음식을 단번에 끊어버리는 분들도 계실 테고, 단계별로 음식을 제한해 나가는 분들도 계실 거다. 나는 먹는 행위가 세상 사는 낙이기에 모든 걸 한 번에 끊어버리면 비건이고 뭐고 다 집어치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또한 기존 식단이 채소 위주고 부모님 집에 붙어사는 캥거루족으로서 엄마의 반찬에 태클을 거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인 걸 알기에, 어떤 것을 먼저 끊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답은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이전에도 유제품 알러지가 생겼다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글 참고: https://brunch.co.kr/@writerlucy/79), 그놈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선약 때문에 피자, 빵, 라떼 등 유제품으로 점철된 식단을 해버렸더니 피부가 다시 뒤집어지고 위장이 성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제품을 끊어야 할 때가 도래했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유제품이 들어간 음식이 다수다. 피자, 빵, 과자, 초콜릿, 라떼 등 뭐 하나 우유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하지만 최애 음식을 생각하기만 해도 속이 안 좋아질 정도로 몸에서 받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제일 건강한 식단은 몸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는 식단임을 알고 있기에 그 손짓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일주일이 넘는 짧은 기간임에도 쉽진 않았다. 유제품 알러지가 있으신 분들은 대체 뭘 먹고 사시는 걸까? 싶을 정도로 유제품이 들어가 있는 음식 천지였다. 제일 놀랐던 사실은 치킨에도 유제품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 닭 처리 과정에서 비린내를 잡기 위해 사용된다고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발견이라 놀라웠다. 다수의 검증을 거치고 난 후 '정말 먹을 게 없구나'라고 푸념했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부지런한 자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이후엔 대형마트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비건 과자를 쇼핑했고, 라떼는 아몬드 우유로 변경해 마시기 시작했다. 자, 그래서 뭐가 변했냐고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엔 은근 비건 과자들이 많다!


첫째, 땀 냄새가 없어졌다. 혹시 액취증으로 고민인 분들이 계신다면 주목.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다한증과 액취증으로 고민해 왔다. 특히 겨드랑이에서 땀 냄새가 심하게 나서 여름엔 항상 안절부절못하며 스트레스받기 일쑤였다. 또, 혼자 방문을 닫고 있다가 그 방에 다시 들어가면 냄새라고 하긴 애매한, 어딘가 상쾌하지 않은 체취가 느껴져 항상 신경이 쓰였다. 근데 유제품을 끊은 지 딱 3일 만에 모든 냄새가 사라졌다! 운동을 하면 겨드랑이에 코를 대지 않아도 옷이 마찰하며 냄새가 풍겼는데, 지금은 겨드랑이에 코를 박아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방 안의 기묘한 체취도 사라졌다. 30년 넘게 고민해 온 부분이 이렇게 사라지다니. 찾아보니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땀 냄새가 심해진다고 하던데, 나는 소화가 잘 안되어 더 냄새가 심했나 싶다.

둘째, 피부가 좋아진다. 유튜브나 인스타에 흔히 보이는 영상 중 하나가 '밀가루, 유제품 n달 끊기 챌린지'다. 밀가루와 유제품을 한 달만 끊어도 피부에서 광이 난다고 하던데, 나는 유제품만 1주일 좀 넘게 먹지 않아서 그런지 조금 매끈해진 정도다. 유제품을 안 먹는 만큼 밀가루 음식을 먹긴 하지만.. 효과는 분명히 있어 보인다.

셋째, 소화가 원활하다. 유제품을 달고 살 때는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편치 않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속이 편한 상태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단점도 있겠지요. 절대적인 단점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자진해서 특정 계열의 음식을 끊어놓고 이게 무슨 소린가 싶으시겠지만, 간식을 많이 먹던 나로서는 익숙한 대부분을 모두 먹을 수 없는 게 결정적이다. 특히 크림빵 같은 건 비건 제품이 거의 없다 보니 아예 포기할 수밖에. 대체제로 쑥떡을 먹고 있는데 떡 같은 압축 탄수화물은 혈당 스파이크가 온다고 하니 이 방법도 분명한 한계는 있다. 흑흑.


어제는 옵션 변경을 깜빡 잊어 생크림이 올라간 라떼를 마시게 되었는데(우유는 오트 밀크로 변경), 저녁에 운동하자마자 증발했던 땀 냄새가 다시 나는 걸 발견했다. '정말 몸은 먹는 음식을 그대로 반영하는구나'를 선명히 깨달을 수 있는 지점이었다. 유제품의 유혹을 완전히 이겨내기엔 짧은 기간이었지만 몸이 표현하는 변화를 두 눈으로 지켜본 이상, 이전처럼 자주, 많은 양을 먹을 것 같진 않다. 그나마 유제품은 대체 음식이 많은 편이니 새로운 기호 식품을 찾아낼 수 있겠지. 그 번거로움을 이겨내야 변화 또한 찾아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도 비건이 되기 위한 여정은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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