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할 수 있는 채식을 위한 과정들.
지난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고 채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글 참고: https://brunch.co.kr/@writerlucy/119) 그 이후 식사는 채소 위주로, 간식은 과일 혹은 과자, 빵 위주로 식단을 해왔다. 가족 외식으로 소고기를 먹은 적도 있었고, 선약 때문에 양갈비를 먹은 적도 있었다. 앞선 글에서 말한 대로 완벽한 채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면 오래 지속하기 힘들어질까 봐 식단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채식 위주로 먹으려 노력했고, 의무감 때문에 식사 자체가 부담스러워지는 일을 애써 막았다.
식탁에 채소가 무성하다고 '채식'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게, 우리나라는 대부분 반찬에 젓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참치액, 새우젓, 가끔 들어가는 MSG까지 해산물 혹은 육고기 성분이 들어간다. 과자나 빵도 마찬가지다. 과자에는 대부분 우유, 달걀이 들어가고 시즈닝도 육고기에서 나온 성분이 많다. 빵은 말할 것도 없고. 식사 빵은 대개 소시지나 베이컨이 올라간 것들이라 해바라기씨나 치아시드가 올라간 호밀빵을 찾는데도 한동안 애를 먹었다.
평생 잡식성으로 살아왔고, 근 1주간의 식단도 온전한 채식은 아니라 멋쩍지만 '식사의 주요 구성을 바꿔본' 후 발견한 몇 가지를 적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동물성 단백질을 덜 먹어도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 난 웨이트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아마도) 편견 때문엔가 채식 위주 식단을 하며 중량을 드는 일이 좀 겁이 났었다. 하지만 시도해 본 결과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채식 위주 식단을 하고 중량을 높였을 때 효과가 더 좋았다. 예전에 방송에서 '좋은 탄수화물'을 먹으면 운동할 때 훨씬 잘 먹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서 그 뜻이 궁금했는데, 이런 건가 싶었다. 또 화장실을 가는 게 수월하다. 1n 년 동안 변비로 살아온 나에겐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많은 양을 먹어도 살이 빠진다. 근육이 빠지는 건지 체지방이 빠지는 건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체중 자체로만 본다면 전날 아무리 많은 양의 야채를 먹어도 몸무게가 줄었다.
단점도 있었다. 많은 양을 먹어도 살이 빠진다는 건 칼로리가 낮다는 이야기다. 채식하는 분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역시 권장 칼로리를 섭취하려면 많은 양을 먹어야 하는 일이라 한다. 채소 자체가 포만감이 상당히 커서 필요 칼로리를 모두 채소로 채우려면 버거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간식의 종류에 한계가 있다. 견과류를 섭취했지만 이전 식습관이 있어서인가 영 충분치 않았고, 이를 보완하려 밀가루로 된 군것질거리를 먹다 보니 계속 밀가루가 땡기는 부작용이 발생해서... 제대로 된 간식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긍정적인 신호는 중간에 있었던 몇 번의 육식이 반갑지 않았다는 것이다. 육고기에서 나오는 특유의 고소한 맛은 똑같이 느껴졌지만 자주 찾을 만큼 내가 원하는 맛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 어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록 지금은 유제품에 기대는 비중이 큰 편이고, 구성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완전 채식이라 보기 어렵지만 점점 더 의식적으로 채식의 비중을 높여가 보려 한다. 특히 가장 우려했던 운동에 대한 부분이 해결되었으니 좀 더 수월하게 나아가지 않을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해당 글은 이전에 발행했던 글을 연재물에 맞춰 재편집하여 발행한 글입니다! 차주부터는 새롭게 쓰인 글로 연재가 시작됩니다 많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