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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Dec 23. 2023

12월 23일 모닝페이지. 산타는 너무 무서워

선생님 죄송했습니다...

기상 시간 8시. 어제보단 활기찬 아침!


크리스마스가 코 앞이다. 세상이 척박하고 건조해도 산타가 선물을 주리라는 믿음 하나로 온 지구 아이들이 침대에서 손을 모아 기도하는 크리스마스는 마음을 몰랑몰랑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성인이 된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한 해를 돌아보며 선물을 받을 만큼 착한 행동을 했는지, 많이 울지는 않았는지 회고하게 되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이즈 커밍!

성인들의 크리스마스는 다소 버석버석하다.


요즘 아기들은 산타의 존재를 몇 살까지 믿는지 잘 모르겠다. (산타의 존재를 믿는 아이들이 이 글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줌마가 미안해!) 가끔 보면 성인들 중에도 산타가 실존한다 믿는 사람들이 있긴 하던데... 나는 아니다. 나에게 산타는 외계인과 동급인 생명체라 생각하고, 이런 면에는 대문자 T인 편이라 산타의 존재는 어렸을 때부터 믿지 않았다.(근데 또 해리포터는 믿는다. 왜냐하면 호그와트는 진짜니까!!!!! 나에게 빨리 입학허가서를 보내주세요) 내가 유일하게 산타에 관해 갖고 있는 기억이라곤 엉엉 운 기억뿐.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언니는 유치원생, 나는 아직 유치원도 다니지 않을 만큼 어렸을 무렵, 언니네 유치원에서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바로 선생님이 산타 분장을 하고 아이들 집을 돌아다니며 선물을 나눠주는 것!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선생님 너무 고생 많으시네 흑흑'하는 생각이 절로 들법한 중노동이지만 그때의 내가 그 노고를 알았겠나. 선생님을 반기는 엄마와 언니의 성화에 쭈뼛쭈뼛 선생님 앞에 서긴 섰는데 생전 보지 못한 비주얼의 산타는 예민한 성정인 나를 자극하기 충분했고 강렬한 아이컨택이 있은 후 3,2,1만에 울음을 뿌앙!!!! 하고 터트려 버린 것이다. 그날의 참혹한 현장은 엄마가 정성 들여 녹화한 비디오테이프에 고스란히 남아 성인이 된 지금도 연례행사처럼 끄집어내진다. 원장님, 이 글을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상처받지 않으셨길...


지금도 괴상한 분장을 한 이들을 보면 다소 흠칫거리긴 하지만 산타라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산타라는 인물이 코카콜라가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도 알고, 수염 뒤에 가려진 사람이 휴일수당을 위해 (혹은 아이들의 동심을 채우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일하시는 알바생들이라는 것도 잘 알기에 이전처럼 겁나진 않는다. 그저.. 동질감이 들뿐이죠. 그래도 이전의 순수한 마음을 쥐어짜서 산타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감기로 컨디션이 저조한 우리 조카가 빨리 나았으면 하는 것. 조카의 어린이집에서도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는데, 병원 선생님으로부터 외출 금지를 명 받은 조카는 참석도 못했다. 그래도 명색이 크리스마스라고 선물 교환식도 있고 이모처럼 산타 분장을 한 선생님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나라도 수염 분장을 하고 가야 할까. 뱃살은 두툼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빨간색 옷을 입고 선물도 바리바리 싸들고 가야지. 과연 울 사랑둥이는 울지 반겨줄지 궁금하네. 산타가 곧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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