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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Dec 27. 2023

10화. 한 지붕 다른 캥거루

캥거루족이라고 다 같지 않음을.

나이가 늘어갈수록 동족인 캥거루족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체로 지방이나 경기도 외곽에 본가가 있지만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하기에 (강제로) 자취를 하는 친구들이 다수. 나처럼 부득불 왕복 3시간을 쓰며 출퇴근하는 것보단 빚을 져서라도 나가는 게 좋다는 친구들을 어찌 말릴 쏘냐. 그럼에도 엽떡에 들어간 비엔나 소시지처럼 간간이 캥거루족을 유지하는 지인들이 있다. 흥미로운 건 모두 처지는 같지만 가족들의 성향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같이 사는 양상이 매우 다르다는 것.


지인 A의 가족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매우 강하다. 해외여행을 가서 며칠간 집을 비우더라도 떠나는 날 당일 통보를 해도 가족들은 괘념치 않는다. 빨래도 각자 내 것만 따로 돌리고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엔 본인이 원하는 음식은 본인이 만든다. 혹여 같이 먹고 싶으면 식탁에 앉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거의 쉐어하우스와 다름없네 싶었지만 서로 터치를 하지 않는 만큼 자유도가 높고 본인이 무언갈 할 때 거리낌이 없겠다 싶어 좋겠다 싶다.


지인 B의 경우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구성원들 개인이 원하는 게 있으면 본인이 책임지는 구조는 비슷하지만 좀 더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 특히 자매끼리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고, 부모님에게 기대는 부분은 적은 편이다. 부모님 역시 자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상의를 한다거나 허락을 구하는 일을 기대하는 눈치가 아니다. 독립적인 성인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책임을 묻는 건전하고 이상적인 구조라, 지인 B는 결혼하지 않는 한 독립에 대한 의사가 크지 않다.


나의 경우는 또 다르다. 앞서 이야기한 두 지인의 가족보다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더 활발하고 가족단위로 묶여 행동하는 일이 많다. 외출하거나 여행을 갈 때는 서로 미리 이야기하는 게 배려라고 생각하고, 누군가 집에 없거나 연락이 없으면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도 받는다. 밖에서 있었던 일들은 서로 미주알고주알 다 터놓고 이야기하는 편이고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곧잘 사들고 들어와 같이 먹기도 한다. 모든 집안일은 엄마를 위주로 돌아가며, 엄마 스스로 그것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편이다.


외출한 날이면 으레껏 나누게 되는 대화.

케이스들을 살펴보면 아버지들은 모두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관계로 차치하고, 보통 어머니들의 성향이나 일상 패턴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어머니들이 개인적인 사교 관계나 취미 생활로 바쁘시면 구성원들 개개인의 집 속 라이프가 다양해지고, 집에 있길 선호하고 집안일을 본인의 의무이자 미션으로 생각하는 어머니가 계시면 좀 더 공동체적 생활을 중시 여기게 되는 것 같은 느낌.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장점으로 느끼는 부분도 있고 단점으로 느끼는 부분도 있듯이 좋기만 하고 나쁘기만 한 건 없겠지요.


최근에도 엄마와 이런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앞서 이야기한 지인들의 가족 관계처럼 되길 희망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서로 삶의 접점이 크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상대의 눈치를 보게 되는 부분도 있고 그게 새로운 시도를 제한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의견을 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허락을 맡는 모양새가 되어버리는 게 자주성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했고 독립을 소망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가족이라도 각자의 행복은 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 내 행복은 내가 찾는다 생각했고, 부모님의 의견은 참고서지 답안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음은 이전과 같지만 거기에서 좀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 물론 소중한 내 자식이니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애틋하고 고맙지만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가'는 오리무중이다.


독립을 한다고 뚝딱 독립성이 길러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주변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심지어 결혼을 하더라도 사사건건 연락하고 도움 구하고 주말마다 찾아와 아이 봐달라, 강아지 봐달라 등의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독립이 진짜 독립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알지만 개인적으로 꿈꿨던 독립의 개념과 현실은 참 많이 다르구나 싶은 마음. 요즘 같이 힘든 시대에 비빌 언덕이라도 있는 게 어디냐 싶기도 하지만 기왕이면 내가 그 언덕이 되고 싶다. 누가 와서 비비건간에 작은 동산이라도 내 것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 안에 잡초들이 무성하건 벌들이 왱왱 집을 만들건 땀 흘려 일군 동산은 그 자체로 나에게 자랑이자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의 산에 비해 한없이 작아도 귀엽고 봉긋한 동산이라면 내 몸 하나 뉘어 맘 편히 쉬는 건 가능하겠지. 휴.


*일상의 한 장면

나: ~~ 앞으로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엄마: 엄마는 솔직히..

나: (멀뚱)

엄마: 가끔 널 보면 왜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나 싶어..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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