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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gsari Feb 06. 2024

지나가는 마음들에 대하여

2023, 구정이 지나야 진짜 새해라구

여행과 일상, 그 어중간


숫자 10은 완성, 완전함을 의미하는 경우가 있다. 종교나 점술에서의 해석이기는 하지만.

10, 이 숫자를 꽉 채워서 열 번째로 이동하게 되었다.

첫 직장을 7년 동안 다녔지만 나의 커리어는 미완성에 가깝다. 

다만, 꽤 긴 시간 동안 나의 IDP(Individual Development Plan)의 화살은 해외 주재원을 과녁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방향성의 영역에서 나는 그 어떤 이동보다도 완전한 경험을 했고 더불어, 2023년은 어느 해보다도 원했던 방식으로 살았다. 


일상은 여행 같았고 여행은 일상처럼 빈번했다.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과 생경한 타국의 냄새는 일상을 여행처럼 만들기 예사였고 가까운 휴양지는 연차 없이도 드나들 수 있었다.

언젠가 안식년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다. 한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바쁘게 달려온 본인을 위해 1년 간 안식년을 가지겠다고 선언한다. 주인공은 미혼의 서른아홉, 쉬지 않고 일을 해왔고 본인의 취미인 골프 여행으로 미국에 머무는 것이 안식년의 취지라고 했다.

본인을 위한 안식의 시간이라는 표현 같지만 사실 안식년은 구약 성경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비옥한 토지를 위해 7년마다 한 번씩, 1년 동안은 경작을 금지하는 것이다. 또한, 대학교 교수들이 6년 동안 강의를 하고 7년이 되는 해에는 외국에서 연구를 하는 루틴을 안식년이라 칭한다.

성경은 쥐어본 적도 없거니와 교수도 아니지만 7년의 주기라는 범주에서 2023년은 나에게 안식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근무지 내에서의 시간이 전면적이긴 하지만.


나의 도시에 대하여

HCMC

반년을 살았지만 약간은 부유(遊)했던 도시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럭저럭 잘 살았던 것 같은데.) 재작년 겨울, 걸핏하면 내리던 눈이 쌓였다, 녹았다를 반복하던 낡고 오래된 1기 신도시의 거리. 그곳과, 그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신랄하게 글을 써두었는데 그 마저도 문득, 그리울 때가 있다.

대부분 냉우동이나 라멘 맛집, 양꼬치 맛집이 그립지만 마음의 중심은 도시에 있으니, 같은 꾸러미로 생각하자.


새로운 도시의 Temporary resident card를 가졌다. 도시를 벗어날 수 있는, 다시 이 도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분실 시 불법 체류자가 된다) 통행증같은 것. 살아온 그 어떤 곳보다 사랑스러운 도시, 동시에 철저히 혼자가 되게 하는 도시.

'그래도 일 년은 너무 짧아.'라고 생각한 유일한 도시가 아닐까. 더욱 간절하거나 소중한 것을 위해 후다닥 떠날지도 모르지만 남은 시간, 알뜰살뜰 귀애하기로 했다. 어떤 곳과 시간이든 의미를 부여하는 건 결국 내 몫이니까.


지나가는 마음들에 대하여


2023년, 무수히 많은 마음을 지나 보냈다.

마음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사전적 의미처럼 마음은 순간으로 생동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감정과 생각이 겹겹이 퇴적된 결과물이고, 곧 나를 나타낸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의 내 마음은, 모여서 내가 되기도 전에 사라졌다. 마음으로 다져지기도 전에 감정을 소모해야 했고 생각을 태도로 표현해 보기도 전에,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기도 전에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어야 했다. 무수한 생각과 감정은 방향을 상실하기 쉬웠다.

강한 게 아니라 무뎌진 것.

중심을 지켜온 방법이었을까. 무뎌진 칼이 제대로 썰어낼 수 없고 기대했던 모양을 만들 수 없듯이 내 마음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안아주지는 못했다. 다만, 순간에 편중된 판단을 하지 않았고, 부정적인 것들이라면 마음이 되기 전에 흘려보냈다.

태세는 언제나 전환되고 세상은 생각보다 내 편일 때가 많다.

그렇게 투박하고 무딘 척, 어차피 지나갈 마음들이라면 더욱 환하고 반갑게 배웅해 주기로 했다.

마음에 남은 희미한 자욱들이 어떤 모습으로 비집고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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