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독자 1+1을 위한 글
-2022.2.26 AM 01:33
2월은 혼란스럽다.
애매하고 모호하고 실수를 되풀이하는 달.
어쩌면 2월 자체가 그렇지.
나이를 먹었다 말았다 필요할 때 바꿔먹는 애매한 애들이 가장 많이 태어난 달이기도 하고.
새해를 맞이 했지만 새로운 반기는 아니고, 새로운 학기도 아니고.
인생의 2월을 돌아보자.
기억이 또렷한 범위 내에서 돌아보자면
취업준비생이었던 나의 2월은 잔뜩 움츠려 있었다.
모든 공채는 끝나버린 뒤 스펙을 위한 새로운 공부를 하기에 조급하고 마냥 놀고먹기에도 불안한 시기.
회사원의 2월은 매해 천차만별의 시간을 보냈지만
발령과 지역 이동으로 들뜬 채, 혹은 우울감에 빠진 채 술에 의존했다.
혹은 주간으로 해외를 떠돌며 잔잔하고도 특별한 휴가를 즐기며 환상에 빠져 사는 시기.
결론, 2022년 2월도 참 일관적으로 망했다.
복잡한 감정, 필연적인 인간사에도
쓸데없이 논리 정연한 원인과 결과를 찾고 싶은 욕구로 찾아낸 답은
방향성이다.
카카오 맵을 달고 살면서도 내가 걸을 길은 찾지 못했다.
목적지가 없는 여정은 어느 것 하나에 집중할 수 없다.
일도, 사람도, 취미조차도 마음 놓고 푹 빠진 채 사랑할 수 없고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 의 타당성과 불안함을 저울질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한다.
이미 지나간 나의 2월은 그랬다.
어쩌면 자조적이고 곰팡이 핀 과일의 한쪽 면 같은 얘기만 늘어놓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경이로운 광경을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뜬 기억, 맛있는 한 끼에 행복해했던 다른 단면이 다음 달을 살게 하는 거지.
-2월의 토막
1. (나의) 세상의 모든 로망은 충족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로망의 5년 차였던 인제 자작나무 숲을 보면서 느낀 점.
2. 광화문 근처로 가자마자 곰국시와 포비 베이글을 떠올려 버렸다.
맛있는 것들을 기억하는 힘. 그것은 내가 사는 원동력.
3. 여행 없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생각의 틈새에 빛이 깃드는 순간-전시 관람.
책 모으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내가 아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을 갖는 것을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했죠. 그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성공하는 것 보다요. 만약 누가 선택하라고 하면 성공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보다는 내가 아끼는 사람이 있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을 선택할 거예요.
Saul Leiter(1923. 12. 3-2013. 11. 26)
네, 저도 동의합니다. 노력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