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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이 Mar 31. 2022

그래도, 플레이 볼!

에필로그

바닷바람 불어오는 돔에서의 시간을 세상 사람들이 다 즐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일본에서 단 열 두 곳. 일본에서도 프로야구 구단의 일원이 되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과도 같은, 하고 싶다고 모두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 '어쩌다 보니' 일본인도 아닌 외국인인 내가 들어가게 되었다. 프로야구 구단의 공채 입사자를 사람들은 선택받은 사람이라 말하며 부러워했지만 우리도 한 명의 회사원이었다. 그만두는 사람도 많고 가득한 불만도 월급날이 되면 쏙 들어가는, 점심에 뭐 먹을지 고민하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멋진 스타디움을 우리 사무실이라 말할 수 있었고 답답한 마음을 텅 빈 그라운드에 던지며 화를 삭일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누구나가 할 수 없는 그리고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외국인으로 경험할 수 있는 멋진 일을 선물 받은 나에게 그 시간들을 무언가의 형태로 남기고 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공유해야 함이 대신 나에게 주어진 숙제 혹은 나로 인해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없던 다른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해왔다.


스포츠 비즈니스를 전공한 조금은  가방끈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의 전공지식과 현장에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지도교수님께서 항상 강조하셨던 연구자의 사회적 책임이라 생각했고 비록 프로 연구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재능이 아닌  정도의 노력 기부는 충분히   있으리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개인 블로그에 그럴듯한 전공지식과 함께 이야기를 적어봤지만 너무 힘을 줘서 그런지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기까지의 공백이 너무 컸고,  번째는 나보다 야구를 사랑하고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나도 그렇게   있을  같은 생각에 멋진 커뮤니티에  없이 노크를 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흐지부지한 끝을 맞이했다. 그리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숨을 들이켜고 적기 시작한 글은 개인적인 일기에 가까워졌지만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종지부를 찍는다.


처음에는 전공지식과 나의 경험 그리고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버무려 내고 싶었지만, 나의 부족한 역량으로 개인적인 일기가 되어버린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담아낸 이야기보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은 건 투 머치 토커인 나의 숙명이니 언젠가 다시 한번 도전해 보리라 다짐해본다. 귀국 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언젠가는' 정리하겠다는 내 머릿속의 이야기가 드디어 끝을 맺게 되어 후련함과 동시에 이렇게 오래 끌어올 일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딱 오프시즌인 작년 가을부터 봄의 초입에 맞게 작성된 이 시간이 역시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게으름과 함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그 순간으로 돌아간 나에게 힘든 기억이 다시 찾아와 약간의 회복기가 필요했음을 핑계로 적어둔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이번에 글을 쓰며 마주하는 동안 단단해진 시간도 있었고 이를 통해 마음의 치유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힘들기는 했지만 참 홀가분한 여정이었다.


일본 프로야구는 지난주부터 길고 긴 시즌이 시작되었고 한국은 이번 주부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더 이상 관계자가 아닌 제 3자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곳곳에 숨겨진 예전 동료들의 노고와 지난 추억을 조우하며 나는 새로운 일상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는 둥근 공으로 모든 이들이 희로애락을 느끼는 스타디움을 사랑할 것이다. 그 속의 모든 장면들과 시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 비록 지금은 예전처럼 마음껏 즐기지는 못하지만 분명 우리의 일상은 돌아오리라 믿으며 심판의 힘찬 플레이 볼 사인을 기다려야겠다.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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