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들이 돌아온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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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은 연못

그 아이들이 돌아온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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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7일

내 아이의 생일과 같은 김**군은 17번째 생일을 맞이해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환 벽한 하루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제일 가지고 싶은 것은 선물 받지 못해 조금 투덜거렸을 수도, 2학기가 시작되어 성적이 마음처럼 안 올라 속상했을 수도, 아니면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여드름이 자꾸 돋는 것이 불만이었을 수도, 공부 안 하고 잠만 잔다고 (생일인데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등짝을 가볍게 한 대 맞았을 수도 있다.

이 사실은 뉴스에 나지 않는다.

그저 한 소년의 일상일 뿐이다. 들여다보면 조금 지루하기도 하다.


때로는 우리의 삶은 '큰 일 없음' '별일 없음'이 제일 좋은 것으로 남는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를 타고 가서 돌아오지 않은 단원고의 이 학생들의 생일은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별이 되었습니다'라는 말로 추모되고 있다.

https://416family.org/index.php/remember-n1/


나는 오래전, 아이가 다니던 유아원에서 갯벌에 현장학습을 간다는 날 전날 밤,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 꿈을 꾸고는 아침에 유아원에 전화해서 아이가 감기기운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이를 안 보낸 일이 있다.

나는 미신적인 사람이 아니고, ( 점을 본 적도 없고, 밤에 휘파람 잘 불고, 그 흔한 '좋아하는 숫자'도 없다) 그래서 나의 그 행동이 나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하지만, 나중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데다, (적어도 이론상) 아이들을 너무 '감싸 키우는' 것을 반대하시는 엄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뜻밖에 엄마는, 잠시 조용하시더니,

'그럴 때가 있어. 잘했어'

하시던 생각이 난다.

부모의 마음은 그렇다.

하물며.

하물며.


미셀 조어는 'crying in H-Mart' 한양마트에서 울다,에서 엄마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암으로 죽고 나서야 엄마의 흔적을 사방에서 발견하며 반항기에 대한 회한으로 슬퍼하고 엄마를 그리워한다.

엄마는 사진 속에도 있지만 사진 밖에서 자신의 사진을 찍는 시각에도 있고, 엄마가 쓰던 물건에도 있지만 엄마가 아끼느라고 쓰지 못하던 물건에도 있다.

무엇이 부재한다는 것은 종종 존재하는 것보다 큰 것을 의미한다.

무엇을 좋아하는 것보다 무엇을 싫어하는 가,

무엇을 말하는 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

무엇을 해주었는가 보다 무엇을 안 해주었는가,

무엇을 해주는 가보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무엇을 안 하는가


그 아이들이 그냥 모두 돌아왔고,

그래서 그 '빈자리'가

아마도 살면서 가로지르는 길이 적었을 나에게 이렇게나 크게 남는 일이

'없는'

지금 내가 사는 우주 외의 전 우주의 2014년 4월 16일을 나는 꿈 꾼다.




무엇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어째서 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글자 그대로 속수무책, 손이 묶인 듯 도대체 어찌할 수가 없는 좌절감이 더 크다.

내가 앞서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회한으로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하지 말자고 역설(?)했지만, 살다 보면 외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 회한이 남는 일이 있긴 하다.

그것도 순전히 '내'탓일 때. 내가 딱히 잘못한 것도 없이 그저 내가 나여서, 백번을 고쳐 살아도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을 때.


하지만 무한대는 무한대라서 다른 경우의 수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래도, 그 후회를 할 필요가 없는 우주는 극 소수다. 그것이 나를 좌절하게 한다.

그 우주에서 오늘도 나는, 남들처럼, 남부럽지 않게(?) 마음껏 시어머니 흉을 볼 수 있다.


그림 : The Wedding Dress (1911) by Frederick Ell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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