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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몽 Jan 25. 2021

들숨 날숨

당신의 숨은 괜찮은가요.

아침에 눈을 떠 보이차 한 잔 분량을 포트에 넣어 노트북 앞에 자리를 잡는다. 유튜브로 10분 명상음악을 찾아 맨 처음 검색되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재생시킨다. 막 고른 거 치고는 명상 내용도 나쁘지 않다. 영상에 나오는 바다가 보이는 창문이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찰나의 선택에 만족해한다. 이제 눈을 감고 내 호흡에 집중을 해본다.


진행자의 설명에 따라 숨을 깊게 마시고 내쉬기를 몇 번을 따라 하다 보니 문득 언젠가부터 내가 호흡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떠올리게 되었다. 오늘 아침은 밤새 건조했는지 코 안에 딱지들이 쌓여 숨 쉬는 것이 더 답답하다. 들이쉬는 건 어찌하겠는데 내뱉는 것은 여간 시원치가 않다. 잠깐 요가를 배웠을 때도 들이키는 숨보다 내쉬는 숨이 더 힘들었다. 풍성하게 들여 마셨던 숨을 가늘고 길게 내뱉는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오래 내보내야 한다.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숨 쉬는 걸 더 힘들어하는 것도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항상 숨이 차서 드러눕기 일쑤다. 운동을 하다 보면 호흡이 꼬여 머리가 하얘진다던지, 메스꺼움이 올라오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심각한 상황이 다가올 것임을 예상하고 있다.


오늘 명상을 하며 들숨 날숨이 인풋 아웃풋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오래 참기 위해 한꺼번에 숨을 들이켜는 들숨이 과해지면 오히려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좁았던 폐를 풍선처럼 부풀려 억지로 숨을 집어넣으려고 하지만 어느 정도 공간이 채워지면 더 이상 숨은 들어갈 수가 없다. 인풋 또한 마찬가지다. 욕심을 부려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배워서 빨리 아웃풋을 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강의를 동시 다발적으로 신청을 했다. 내 머리의 용량과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계가 있지만 보이는 대로 관심 가는 분야를 다 신청했더니 과부하가 걸렸다. 강의 들을 시간이 없어 아직 1강도 수강하지 못한 수업이 있을 정도이다.


날숨은 또 어떠한가. 가늘고 길게 오래 뱉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최대한 입을 작게 벌려 숨을 내밀어 보지만 야속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저장된 숨은 다 떨어지고 만다. 내가 많이 채웠으리라 생각하는 들숨의 양은 날숨을 통하여 그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아웃풋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인풋이라 생각하며 구겨 넣었던 정보지식들이 내가 기대하는 만큼의 아웃풋으로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호흡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숨을 들이쉬는 것은 뚜렷한 목표나 계획 없이 지식을 쌓아두는 것과 같다.






10분 명상이 끝이 나면 두 손을 비벼 온기를 일으킨다. 따스해진 손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다듬으며 내 몸으로 온기를 전한다.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모르는 길 잃은 나의 혈액들을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듯하다. 혹은 얼어붙은 얼음판을 부드럽게 녹여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듯 나의 손길은 정성을 다해 나의 몸을 쓰다듬는 것으로 명상은 마무리된다. 지식도 마찬가지 아닐까. 머릿속에서 오래도록 쌓여져 있다 보면 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리게 된다. 너무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서로 얽히고 얽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그땐 온기로 혈액이 흐르는 방향으로 길을 뚫어주듯 머릿속의 무방비한 상태의 지식들도 그들의 갈 방향을 열어줘야 한다.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지,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이며 왜 이것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길잡이가 필요하다.


10분의 짧은 명상으로 들숨과 날숨에 대한 진리를 알아채 버렸다고나 할까. 첫 명상치고는 큰 수확을 얻었다. 긴 호흡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의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짧은 호흡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긴 호흡에 다다를 날이 올 것이다. 인풋 또한 짧은 속도에 익숙해지면 짧은 아웃풋이라도 나올 날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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