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앤솔러지] 중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생방송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제1회 붕어빵 학술 콘테스트’의 진행을 맡은 사회자 박진모입니다. 반갑습니다.”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200여 명의 방청객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무대 위의 유명 사회자를 비추는 눈부신 조명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앵글과 촬영팀 등 스텝들은 좀 더 생생한 화면을 보내고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BGM이 소리를 줄이자 사회자는 멘트를 계속 이어갔다.
“어느새 우리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된 붕어빵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알아보고 발전시키려는 취지를 가지고 ‘한국붕어빵학회’의 주관으로 오늘 붕어빵 학술 콘테스트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붕어빵에 대한 학술적 고찰을 보여주신 연구자를 시상하는 것이 그 내용인데요, 학문의 분야는 제한이 없습니다. 전국적으로 117명이 참가하셨으며 지역 예선과 본선을 거쳐 오늘 대망의 결선 무대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오늘 무대에서 가장 훌륭한 연구업적을 발표해 주신 한 분의 연구자께는 상금 5백만 원과 부상으로 붕어빵 100개를 드립니다.”
무대 한 편에 붕어빵 100개가 쌓여 있는 테이블에 조명이 비쳤다. 황금색 비늘을 뽐내기라도 하듯 곱게 누운 붕어빵이 가지런히 쌓여 피라미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을 머금은 그 아름다운 자태 앞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붕어빵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서민 간식이었다. 하지만 구독자 14억 명을 보유한 세계적 유튜버 ‘TongTang’이 붕어빵에 대한 재평가를 하면서 붕어빵의 위상은 현저하게 달라졌다. 이제 붕어빵은 모든 영양소가 균형 잡힌 완전식품으로, 냉동 보관할 시 복권 당첨 확률을 높여주는 부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수류탄을 대체할 차세대 무기로 붕어빵을 주목하고 있을 정도였다. 유튜버 한 명의 입놀림으로 촉발된 붕어빵 과몰입은 가히 전인류적이었다.
방청객 심사단에 관한 사회자의 멘트가 조금 더 이어지고 최종 4강에 오른 학자들이 영상으로 소개되었다. 이윽고 첫 발표자가 무대에 올랐다. 작은 키에 곱슬머리를 한 서종대학교 수학과 최원태 박사는 ‘카오스 이론으로 바라본 붕어빵 비늘 규격의 수학적 연쇄 작용’이라는 주제로 짧은 강연을 시작했다. 카오스 이론이란 무질서하게 보이는 혼돈 상태에서도 논리적 규칙성이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쉽게 말해, 나비 효과처럼 미세한 오차가 새로운 오차를 낳고 새로운 오차가 또다시 새로운 오차를 낳는 식으로 연쇄 효과를 일으켜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일어나는 현상에서 수학적 규칙성을 찾으려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붕어빵의 크기는 가로 12.5cm, 세로 6.5cm이고 몸통에는 총 19개의 비늘이 있습니다. 이중 B3위치에 있는 이 비늘 하나는 반지름이 1.6cm이고 중심각이 135도입니다. 만약 제조 과정에서 이 비늘의 중심각 크기를 136도로 변경한다면 어떤 연쇄 작용이 일어나는지를 푸앵카레-매딕손 정리를 통해 밝혀보았습니다. 우선 랴푸노프 지수가 양수이고 위상공간 X위의 자기 연속 함수는 이산 시간 동역학계가 위상 혼합성을 보이게 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계산식에 따르면 결국 남미 파라과이에 연간 강수량을 153.6mm 상승시킨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우오오옷! 엄청난 결과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감탄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회자도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발표를 마친 수학자에게 방청객의 박수를 유도했다. 붕어빵 비늘 하나의 크기가 변하면 남미에 비가 더 내린다는 사실은 마치 붕어빵에 우주의 섭리라도 깃든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사회자는 좌중을 진정시키고 두 번째 학자를 무대로 불러올렸다. 두 번째 발표는 연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송지혜 교수의 ‘붕어빵의 생애주기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였다.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안경을 쓴 여교수는 방송 경험이 많지 않았는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송교수는 과거 미래창조과학부가 붕어빵의 유통기한을 거론하면서 붕어빵 경제학을 내세웠던 것은 붕어빵에 대한 비하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붕어빵의 유통기한을 하루라고 언급했지만 사실 밀가루 반죽과 팥 앙금은 최대 3일까지 생존한다며 붕어빵의 생애주기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한 채 무대를 내려갔다.
“이어서 세 번째 발표자를 무대 위로 모셔보도록 할 텐데요, 이번에는 외국에서 오신 분입니다. 미국의 매사추세츠 공대, MIT 생물학 연구실의 도로시 K. 멜번 박사님께서 ‘붕어빵의 생태학적 분류’라는 주제로 연구 결과를 강연해 주시겠습니다.”
무대에 오른 멜번 박사는 키가 큰 흑인 여성이었다. 안경을 쓰지 않았지만 학구적인 인상을 풍겼는데 객석을 여유롭게 훑어보는 모습에서 노련함과 기품이 느껴졌다. 앞선 송지혜 교수의 발표와는 상반된 분위기였다. 방청객들은 어느새 지급받은 동시통역기를 귀에 착용하고 있었다.
“붕어빵의 명칭에서 쉽게 유추되는 것은 바로 붕어입니다. 하지만, 붕어의 모습을 살펴보면 배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둘 다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붕어빵은 배지느러미가 없는 대신 길쭉한 모양의 뒷지느러미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 특징만으로 보더라도 붕어빵의 어종은 붕어로 볼 수 없습니다. 유사한 어종을 탐색해 보았지만 담수어 중에는 발견할 수 없었고 유사성이 가장 높은 어종을 해수어 중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도미목 도미과에 속하는 황돔입니다. 물론 황돔도 배지느러미가 있긴 하지만 눈의 크기, 몸의 형태, 지느러미의 위치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가장 높은 유사도를 보였습니다. 황돔은 몸길이 20cm~40cm 정도로 한국, 일본, 동중국해, 타이완, 필리핀 연안에서 서식하며 회와 구이로 인기가 좋습니다.”
또 한 번의 흥미로운 연구결과에 좌중이 흥분감으로 술렁였다. 붕어빵의 어종을 판별해 낸 멜번 박사는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객석의 박수를 받았다. 흥분한 사회자는 멜번 박사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붕어빵을 회로 먹을 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자, 그럼 오늘의 마지막 발표자를 모셔볼 순서인데요, 마지막 발표자는 한국과학대학교, ROIST 천문학 박사이신 김선중 교수님이십니다. ‘별자리 붕어빵 자리의 계절별 관측 주기’라는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시겠습니다. 큰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사회자의 멘트에 따라 방청객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발표자 입장 위치를 핀조명 여러 개가 정조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발표자는 나오지 않았다. 객석이 술렁이자 조명은 다시 사회자를 비췄다. 애드리브라도 하려고 사회자가 입을 떼는 순간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꼼짝 마!”
한 남자가 손에 무언가를 들고 무대로 나오고 있었다. 조명과 카메라, 방청객과 사회자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남자가 손에 든 것을 조심스럽게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붕어빵이 들려 있었고 커터칼을 든 다른 손으로 붕어빵을 겨누고 있었다.
“움직이지 말라고! 움직였다간 붕어빵의 배를 갈라버리겠어!”
“안 돼요! 그러지 마세요! 진정하세요.”
상황을 파악한 사회자가 남자를 말려보려고 했다.
“닥쳐! 난 진정할 수가 없어! 고작 이런 보잘것없는 연구들을 결승에 올리고 나를 떨어뜨리다니 말이야.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건 판정단이 객관적으로 심사해서…”
“웃기지 마! 난 세계 최초로 붕어빵에 생명을 불어넣을 가능성을 제시했어. 알아? 붕어빵에 4,400Hz의 중주파를 가하면 꼬리지느러미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내가 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알아냈다고!! 그런데 너희들은 날 어떻게 했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 때나 사용하는 ‘갈바니즘’이라며 흑마술 오컬트쯤으로 치부해 버렸지. 내가 이 연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붕어빵을 사들였는지 알기나 해?”
남자는 붕어빵과 커터칼을 쥔 채로 주위를 경계하며 사회자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허리 뒷춤에서 여러 겹으로 꼬깃꼬깃 접혀있던 무언가를 꺼내 사회자 발 앞에 던졌다. 에코백이었다.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제공하려고 준비해 둔 붕어빵 테이블을 고개로 가리키며 남자가 말했다.
“저걸 가방에 담아! 어서!”
사회자가 머뭇거리자 남자는 커터칼의 칼날 끝을 붕어빵의 배에 쿡 찔러 넣었다. 칼날로 생긴 생채기 사이로 검붉은 밭이 찔끔 삐져나왔다. 객석에서 여성 방청객 몇 명의 비명이 들려오자 남자는 조용히 하라며 윽박질렀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사회자 쪽으로 향했다.
“붕어빵 배를 갈라버린다고 했지? 어서 시키는 대로 해! 안 그러면 이대로 그어버릴 거야!”
사회자는 결국 에코백을 집어 들어 펼쳤다. 유명 대형마트에서 나누어주는 흔한 에코백에는 마트 로고가 크게 인쇄되어 있었다. 사회자는 테이블 위에 놓인 수많은 붕어빵을 쓸어내리듯 에코백에 담았다. 200여 명의 방청객과 방송 제작진은 가지런히 쌓여있던 붕어빵 피라미드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도 소중한 붕어빵 한 마리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행동을 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붕어빵이 가득 찬 에코백을 건네받은 남자는 힘겹게 한쪽 팔뚝에 손잡이 양쪽을 걸었다. 에코백을 건 한쪽 팔뚝이 붕어빵의 무게 때문에 기울어졌다. 그래도 남자는 경계하는 눈빛만큼은 그대로 유지한 채 들어올 때와 같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도 방청객의 시선과 카메라, 조명이 그의 움직임을 쫓았다. 무대 끝에 다다르자 남자는 재빨리 손에 든 커터칼을 던진 후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날 저녁 뉴스 속보가 보도되었다. 상기된 얼굴의 아나운서가 소식을 전했다.
“오늘 저녁 JFS 방송의 ‘붕어빵 학술 콘테스트’ 생방송 촬영 중에 괴한이 난입하여 행사장에 있던 붕어빵 100개를 강취하여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괴한의 정체는 44세 남성 김춘범으로 확인되었으며 붕어빵 학술 콘테스트에 참가했으나 예선에서 탈락했던 것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춘범은 붕어빵을 인질로 잡고 촬영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을 협박하여 붕어빵 100개를 강취하여 도주하였고, 이를 뒤쫓던 경찰과 원효대교 위에서 대치하다가 격투 끝에 체포되었습니다. 체포 과정에서 가방에 든 붕어빵 100개가 강에 빠졌고 경찰이 긴급 구조를 시도하였으나 전원 사망하였습니다.” <끝>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작업한 책이 나왔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전국 서점, 인터넷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