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나(2008: 172)는 여성홈리스가 눈에 띄지 않는 이유를 서울역, 영동포 역과 같이 홈리스 밀집 장소나 홈리스 쉼터에서 생활하는 가시화된 홈리스들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쉼터에 입소한 여성홈리스의 수가 남성에 비해 매우 적은 이유는 여성홈리스를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주변화 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는 남성들과 다른 삶의 조건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는 여성홈리스의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남성 실직 노숙인에 집중했던 관심과 지원을 여성홈리스에게도 가질 필요가 있다.
오랜 노숙생활을 하다 보면 심리사회적인 손상을 입는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특징이 ‘자기 효능감’ 저하다. 자기 효능감이란 어떤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신념이다. 노숙을 하다 보면 자기 효능감이 떨어져 자신의 부정적 상황을 통제할 수 없고 자신의 능력으로 탈 노숙과 자활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한다. 여성홈리스는 이런 생각을 더 자주 한다. 열악한 주거상황, 경제적 빈곤, 자립을 위해 필요한 자원의 부재, 신체 및 정신적 건강 문제는 자기 효능감을 떨어트리기 충분한 조건이다. 이는 홈리스가 되기 전에 스트레스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경험이 많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서울에는 정신질환 여성홈리스를 위한 시설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서대문에 위치한 사단법인 ‘열린여성센터’이고 다른 하나는 성북구에 위치한 사단법인 ‘아가페의 집’이다. 열린여성센터는 정신질환이 있는 여성홈리스의 치료와 자립을 돕고 정신질환이 없는 여성홈리스도 수용하는 자활쉼터다. 아가페의 집은 열린여성센터 보다 더 만성적인 정신질환이 있는 여성홈리스들의 치료와 재활을 돕는 시설이다.
단신 여성의 쉼터 입소 요인은 정신질환, 가정해체, 빈곤문제 등으로 정신병원이나 여성복지시설에서 일정기간 보호를 받다가 가정으로 복귀했지만 원 가정생활에 여전히 문제가 있거나 스스로 독립생활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퇴소했을 때다. 이때 다시 노숙을 하거나 노숙인 쉼터를 이용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가정해체, 가출, 정신장애 등으로 주거공간을 상실해 종교시설, 요양원, 숙식제공 일자리, 더부살이, 여관, 사우나 등의 부랑 생활을 지속적으로 한 후에 입소하는 경우다.
정신질환이 있는 거리의 여성홈리스는 아웃리치 상담원이 발견하거나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발견된다. 이때 발견된 여성홈리스는 본인의 동의하에 일시보호 쉼터나 자활쉼터에 간다. 쉼터에서 생활하는 동안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되면 자립을 위한 활동을 한다. 쉼터에서는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개인생활을 갖기 어렵다. 막말로 ‘창살 없는 감옥‘인 셈이다. 꽃동네에 입소했던 소라씨도 그래서 시설을 박차고 나와 ’쪽방‘으로 갔다. 하지만 쪽방 역시 온전한 주거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아서 불편하다. 시설이나 쪽방이나 도긴개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