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글을 쓰면서 제일 궁금하고
제일 다루고 싶은 게 '사랑'이었다.
너무 방대해서 엄두가 안 났지만,
생존과 성찰의 맥락이라면 조금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조금은.
사랑에 대해 생존으로 접근하게 된다면
'기억'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생존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경험들은 우리 안에 다양한 형태로 남아 기억된다.
나쁜 경험이건 좋은 경험이건 그것들은
애틋함, 절박함, 두려움 등의 감정 형태로 남을 수도 있고
독특한 습관을 가지게 되는 행동 형태로 남을 수도 있고..
생각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게 되는 사고 형태로 남을 수도 있다.
기억하지 못한다면, 감정도 행동도 사고도 지금의 그것일 리가 만무하다.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도 '우리는 기억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다'라고 했잖은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감정이다.
생존과 관련된 감정에 대한 기억은..
마치 사랑을 잊게 하는 것 같다.
살아 있다는 것이 몰아쳐 '짐' 처럼 되어 버린 나머지,
때에 따라서는 사랑이란 것을 믿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고통은 오래오래 잊히지 않고 기억됨으로써
사랑을 대신하려고 애쓴다.
기억 앞에서의 사랑은.. 무력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사랑에 대해 성찰로 접근하게 된다면.. 색이 좀 달라진다.
여기서는 '방식의 차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를테면
두 사람이 같은 능선에 서 있어도,
능선 아래의 깊이가 다를 수 있다.
감정이 촘촘하고, 몸이 타는 지옥불 같은 깊이가 있다면
감정이 안개처럼 퍼져있고 흐릿하게 보이는 깊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건
지옥불과 안개 위 능선에 서 있는 '방식의 차이'라고 하고 싶다.
불은 길을 밝히고
안개는 경계를 만든다.
둘이 함께하면 아름답기도 하지만,
관리하기가 까다롭다.
마치
예쁜데, 아프고,
슬픈데, 기품이 있달까.
성찰 같은 게 사랑을 바라보면..
웃고, 선을 긋다가, 문을 닫게 되더라도
서로에게 조용히 남긴 문장 하나는 남아서,
지우지 않고
가끔 꺼내 읽게 되는 그런 것이겠다.
그게, 내가 쓸 수 있는 사랑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