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까. 노력해야 이뤄낼 수 있는 것일까.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되는 것일까. 행복에의 강박적인 집착이 어쩌면 삶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매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은 일상을 특별하게 대하는 일과도 같다.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라. 우리는 특별한 경험, 특별한 순간, 특별한 취급, 특별한 장소에서 행복을 느낀다. 우리는 일상에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일상은 프로그램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수면, 식사, 일, 출퇴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스마트폰.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화되고 말 거다. 사용되기 편리하게 업데이트될 거다. 자동화와 업데이트? 그건 예측 불가능성으로부터의 탈피, 즉 예측가능성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좋은 거 아니냐고? 인간에 있어서는 절대 좋지 않다. 자동화되고 필요에 의해 업데이트되는 인간? 우리의 삶은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아니라 지금껏 당연히 그래 왔다. 수면, 식사, 일, 출퇴근이 내일도 이어질 게 뻔하지만 그걸 자동화시켜버리면 안 된다. 그러다가는 내일의 일이 금방 내년의 일이 되어버린다.
영화 ‘클릭’을 보면 주인공은 지루한 순간들을 스킵하고 행복한 순간만을 취한다. 승진하고, 아이가 크고, 늙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행복한 순간만 이어버리니 공허하다고. 남 얘기 같은가?
영화 ‘꾸뻬 씨의 행복여행’에 나오는 여러 행복의 원칙 중 하나는 stop pretending, 척 하지 말고 진짜로 살라는 것. 순간순간 속에 들어가 진짜로 살아야 한다.
이따금 행복을 고민하는 영화를 보고 개연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우리의 삶은 영화라기보다는 끝없이 이어지는, 편집 없는 브이로그다. 그 긴 이야기를 이해해야 한다. 개연성을 찾으려면 어려울 거다. 길고 긴 영상이지만 집중해야 한다. 풀 영상을 본 사람은 나뿐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매일의 지루한 일상을 성실히 살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지루한 일상을 거름 삼아 행복할 나중의 순간을 기획하자는 게 아니다.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지루하자는 것이다. 일상이 너무 지루해 못 견디겠으면 행복을 조금 섞어보는 게 어떤가. 너무 속 편한 얘기라고?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그걸로 됐다. 거부감이 든다면 당신의 일상은 행복과는 거리가 있지만 행복에 다가서는 훌륭한 순간들의 연속이다.
살다가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이 올지 모른다. 되돌릴 수 없으니 열심히 후회하고 반성한다. 제대로 살겠노라 결심까지 했다면 훌륭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엄청난 숙명을 맞대고 있어서 거창한 포부를 가질 겨를이 없다. 행복할 의무를 다 하지는 못하더라도 하루하루의 일상을 성실히 살아갈 의무는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니 자동화시키지 말자. 업데이트를 내맡기지 말자. 빨리 감기 하고 싶은 순간들,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을 판단할 자격은 우리에게 없다. 지루한 행복도 있다. 지금까지 이 지루한 글도 다 읽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