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과 관련하여 궁금한 모든 것 답변해드려요
Q1. 작가님은 독립 출판을 어떤 계기로 결심하셨나요?
A1. 저는 충동적이었어요. 작은 책방에 있는 개성 있는 책들을 보면서 언제나 마음속에는 독립 출판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끄적인 글들이 있긴 했는데 정리가 안돼서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 없었거든요. 우연히 책방에 놀러 간 날 친구와 만들고 싶은 책 얘기를 하다가 글을 보여주게 됐는데 친구가 생각지 못하게 좋은 피드백을 주더라고요. 그게 자극이 돼서 책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실현 가능한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검색해보니 인쇄소에서 무료로 컨설팅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 봤죠.
Q2. 출판 계약을 위한 투고 과정도 궁금합니다.
A2. 저는 독립출판이라 출판사와 출판 계약이란 걸 하진 않았고요, 따라서 투고 과정은 없었어요. 단지 책이 나오고 나서 독립 책방에 입고하느라 입고 메일을 돌리고 책방 대표들과 입고 계약을 작성했을 뿐이에요.(입고 계약은 생략하는 곳도 많아요.) 입고 메일도 투고 과정과 비슷할 것 같아요. 샘플 본문을 몇 장 보내고 책 소개글을 출판사에 투고하여 연락이 오면, 협의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이요. 입고 메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제9화 입고 메일 돌리기> 편을 참고해주세요!
Q3. 독립 출판을 결심하고 나서 가장 장애물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혹은 과정에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3. 장애물이라고 한다면 제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다룰 줄 몰라서 디자이너 친구에게 잦은 부탁을 해야 했던 점이 미안했어요. 나중에 밥을 사긴 했지만 앞으로 언제까지 부탁을 할 수 없으니 책을 계속 쓰겠다면 제가 직접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홍보와 배송과정이었어요. 평소 쑥스러움이 많고 SNS 팔로워도 많지 않아서 홍보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 점이 매우 아쉽지만 그래도 지인들의 도움으로 텀블벅은 성공했어요. 굿즈를 포함해 100여 권의 책을 한 권 한 권 크라프트지로 포장하고 손으로 주소지를 적어서 택배 포장을 또 하고 우체국까지 들고 가는 과정이 저는 육체적으로 힘들었어요. 이 부분도 도와준 분이 계셔서 일주일 안쪽으로 금방 끝냈지만 제일 어려웠어요.
Q4. 독립 출판을 언제부터 계획했나요?
A4. 딱히 계획은 없었어요. 그동안 내가 꾸준하게 해온 것이 뭐가 있을까 돌아봤을 때, 여행과 그림, 사진, 일기 이런 기록들이 남아있더라고요. 그때의 추억을 잘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다 사라질걸 생각하니까 좀 아깝더라고요. 정리하다 보니 즐거웠고 관심 있어하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특히나 반복되는 하루 일과에서 의욕 없어하는 직장인, 취업 준비 중인 또래들이 많았는데 저의 행복했던 시간을 공유하면서 힘을 주고 싶었어요.
Q5. 독립 출판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A5. 독립 출판은 기성 출판과 달리 모든 과정을 독립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보통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대략 기획-제작-편집-디자인-인쇄의 과정을 거쳐서 탄생해요. (운송, 보관, 회계, 마케팅 등 제작 이후의 부분은 뺐는데도 이 정도예요. 웃음.) 기성 출판은 출판사와 작가가 계약을 맺고 협의를 통해 기획을 하고 제작하죠. 이후에는 편집자의 손에서 교정교열 등이 이뤄지고 디자이너가 표지, 내지 디자인과 인쇄 감리 등을 보게 되죠. 마케팅은 백번 양보하더라도 기획자,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최소 서너 가지 역할을 혼자서 해내야 해요. 물론 자신이 부족한 기술적인 부분은 외주를 줄 수 있겠죠.
Q6. 독립 출판을 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던 적은 언제인지 궁금해요.
A6. 책을 포장하고 마침내 우편배송까지 마쳤을 때요. 드디어 내 손을 떠났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했을 때 수고한 제 자신에게 보람을 느꼈어요. 이제 우편을 받을 독자들의 반응만 남은 거죠. 그렇게 지인들이나 얼굴 모르는 독자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와 사진 후기 같은 것들을 받았을 때 다시 한번 진하게 보람을 느꼈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선한 동기를 주었다는 보람이요.
Q7. 다시 작품 활동을 할 계획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작품을 도전해보고 싶어요?
A7. 물론이에요. 지난 작품은 아주 가벼운 맘으로 제작하기도 했고 처음이라 많이 엉성해요. 그때의 경험을 발판으로 다음 작품은 더 견고하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드로잉 썸머> 2탄으로 드로잉 어텀, 윈터, 스프링.. 사계절용으로 내달라는 요청도 있었는데..ㅎㅎ 그것도 좋은 생각이고요. 일단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여기저기 드로잉 여행을 꾸준히 다녀볼게요. 개인적으로 다음 작품은 가장 나다운 에세이를 써보고 싶어요. 삶에 대한 태도나 가치관 같은 것들이요. 추상적이지만 브런치에 조금씩 생각들을 올리고 공유하면 깊이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참 좋네요. 내가 무엇을 가장 나답게 잘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볼 거예요.
Q8. 글을 계속 쓰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8. 좋아서 하는 마음이죠. 그냥 글을 쓰는 내 모습이 너무 좋아요. 글을 쓰는 건 마치 나를 알아가는 것 같아요. 그동안 기록한 글을 나중에 읽어보면 생각이 변하는 과정을 느끼는 것도 즐거워요.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변했구나. 조금씩 성장하고 있구나. 주어진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기도 하고요. 모든 순간이 기록할 에피소드가 되니까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원동력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