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는 내 작은 책
도치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지 꽤 됐을 거다. 고슴도치와 엄마(MOM)의 조합.
아직은 미혼이라 아이를 직접 키워본 적도 없고 어린 조카가 있지도 않다.
그저 유치원에서의 시간이 내가 아이들을 가장 많이 접하는 때이다.
학예회 같은 커다란 행사 때 바글바글한 아이들 사이로 내 아이만 보인다는 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하는 말.
솔직한 말로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 아이들을 예뻐하긴 하지만 내가 낳은 아이는 아니니까.
그런데 첫 책이 나왔다. 내 손으로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을 직접 제작하고 포장부터 배송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도 쉬운 게 없었다. 고군분투하며 하나의 큰 산을 넘고 나니 부족하고 누군가는 보잘것없다며 인정해주지 않겠지만 내겐 자식처럼 소중했다. 게다가 처음 책이니 더더욱.
책을 전국의 책방에 입고하고 책방 계정을 SNS로 팔로워 하다 보니 소식을 매일 접하고 있다.
책방마다 신규 입고한 책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고 거기에 내 책을 소개해준 글이 올라오면 얼마나 감사하던지.
출, 퇴근 일지로 책방풍경이 꼬박꼬박 올라온다.
그때마다 매대에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는 내 책의 표지를 발견하게 되면 너무 기뻐서 하나하나 캡처를 했다.
수도권이나 가까운 곳은 최대한 직접 책방에 들르기도 했지만 전국에 있는 모든 서점을 다 가볼 순 없었다.
특히 제주에 있는 책들은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책을 택배로 보내고 난 이후는 그 소식을 알 길이 없는데 사진으로 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책방에 책이 다른 이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그런 위치여도 나는 하얀 배경에 드로잉 한 내 얼굴을 단 번에 알아본다. 도치맘이 이런 기분이겠구나.
언제는 내가 사는 지역의 지역화폐를 장려하기 위해 동네서점을 소개하는 홍보영상이 올라왔다. 마침 내가 입고한 서점이었고 영상 속에 내 책이 측면으로 살짝 비쳤다. 1초의 순간이었는데 나는 바로 알아봤다. 그걸 올렸더니 친구가 나더러 매의 눈이라고 했다. 내 눈에는 이렇게 잘 보이는 걸 어쩌나.
첫 책에 대한 애정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내 책이 나에게 소중한 만큼 다른 이들에게도 소중하게 여겨졌으면 바라고 거기에 다른 사람에게까지 선한 동기를 부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
가끔 얼굴도 모르는 독자들로부터 간간히 후기가 들려온다. 여행을 하면서 직접 드로잉 하고 싶다는 동기를 얻었다고 하거나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두고두고 보고 싶다는 이야기, 팬이 되고 싶다는 얘길 듣기도 한다. 사실 과분한 칭찬이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 말 그대로를 즐기고 감사하게 받고 싶다.
시간이 지나 훗날 내 책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것 투성인 흑역사가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도치맘의 눈으로 예쁘게 바라볼 거다. 나에게 처음으로 기쁜 일이 무엇인지 알려준 소중한 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