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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 구글, 챗GPT 번역 비교

인간과 AI의 창조적 협력을 위하여

by 까칠한 서생 Jan 18. 2025

영국의 원로 배우 앤서니 홉킨스(Anthony Hopkins, 1937~)는 뛰어난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지혜가 담긴 어록을 많이 남긴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우연히 그의 어록 중 아직 번역되지 않은 대목을 영문으로 접하게 되었다. 대충 살펴보니 뭔가 눈에 번쩍 띄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듯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None of us are getting out of here alive, so please stop treating yourself like an after thought. Eat the delicious food. Walk in the sunshine. jump in the ocean. Say the truth that you're carrying in your heart like hidden treasure. Be silly. Be kind. Be weird. There's no time for anything else.


대체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 몇 개 어휘가 걸렸다. ‘like an after thought’는 아무리 사전을 찾고 용례를 살펴봐도 정확한 뜻을 알기 어려웠고, ‘Be silly. Be kind. Be weird’는 느낌으로는 이해하겠는데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네이버 파파고, 구글 번역기, 챗GPT 이렇게 세 분의 전문가를 모시고(?) 내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우선 ‘like an after thought’에 대한 각각의 번역 결과는 어땠을까? 이 어휘가 들어있는 문장 전체(so please stop treating yourself like an after thought.)의 번역문을 차례로 살펴보자.  


1. 네이버 파파고: 제발 자신을 사후 생각처럼 대하지 마세요.

2. 구글 번역기: 자신을 사후 생각처럼 대하지 마세요.

3. ChatGPT: 제발 자신을 뒷전으로 여기는 일을 멈추세요.


챗GPT의 완승이었다. 파파고와 구글의 표현한 ‘사후 생각처럼’은 단어 그대로를 그야말로 축자적(逐字的)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문장 전체를 놓고 봐도 “사후 생각처럼 대한다”라는 표현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번역 초보자 수준의 저급한 문장이다. 반면 챗GPT는 ‘뒷전으로’라는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옮겼을 뿐만 아니라, 문장 전체(“자신을 뒷전으로 여기는 일을 멈추세요.”)도 다른 두 문장에 비해 매끄러웠다.

   

다음으로, ‘Be silly. Be kind. Be weird’의 우리말 표현을 각각 들여다보았다.


1. 네이버 파파고: 어리석어요. 친절하게 대하세요. 이상하게 대하세요.

2. 구글 번역기: 바보처럼 굴어라. 친절하세요. 이상해지세요.

3. ChatGPT: 엉뚱해지세요. 친절하세요. 독특해지세요.


이것도 챗GPT의 완승이었다. kind는 누가 옮겨도 ‘친절하다’ 말고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렵겠지만 silly를 ‘엉뚱하다’로, weird를 ‘독특하다’로 옮긴 것은 대단히 절묘하다. 원어의 의미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우리말 어휘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반면 파파고와 구글의 번역어는 뭔가 어색하고 아무리 좋게 봐줘도 평범하다.

 

결국 세 번역 전문가에 대한 비교분석은 챗GPT의 압승으로 끝났다. 물론 이는 하나의 단락을 통해 살펴본 결과이므로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챗GPT의 탁월한 능력번역의 영역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랍기도 했지만 살짝 두렵기도 했다. 챗GPT의 번역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 중 아무도 이곳을 살아서 나갈 수 없으니, 제발 자신을 뒷전으로 여기는 일을 멈추세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햇살 속을 걷고, 바다에 뛰어들어요. 마음속 깊이 감춰둔 보물 같은 진실을 말하세요. 엉뚱해지세요. 친절하세요. 독특해지세요. 다른 것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는 없어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 번역문을 기반으로 내가 조금 다듬어보았다. 내 생각에는 인간과 AI가 손잡고 만든 이 번역문이 더 멋져 보인다. 앞으로 인간은 AI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어떻게 서로 협력하고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햇볕을 받으며 즐겨 걷고, 때론 바닷물에도 빠져보세요. 마음속 깊이 감춰둔 보물 같은 진실이 있다면 이젠 말하세요. 엉뚱해지세요. 친절하세요. 독특해지세요. 다른 것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는 없답니다."


참고로, 파파고와 구글의 번역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1. 네이버 파파고 번역

"우리 중 누구도 살아서 여기서 빠져나올 수 없으니, 제발 자신을 사후 생각처럼 대하지 마세요. 맛있는 음식을 드세요. 햇살을 맞으며 걷습니다. 바다에 뛰어들어요. 숨겨진 보물처럼 마음속에 품고 있는 진실을 말하세요. 어리석어요. 친절하게 대하세요. 이상하게 대하세요. 다른 건 할 시간이 없어요."


2. 구글 번역기 번역

"우리 중 누구도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없으니, 자신을 사후 생각처럼 대하지 마세요.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세요. 햇빛 속에서 걸어보세요. 바다에 뛰어들다. 숨겨진 보물처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진실을 말해보세요. 바보처럼 굴어라. 친절하세요. 이상해지세요.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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