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매트 위에서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다
10분간 타이머를 맞춰놓고 코어 운동을 진행한 뒤 <아무튼, 피트니스> 리뷰를 쓰기로 했다. 요가매트를 펴고 반듯하게 누운 뒤 몇 차례 깊은 호흡 진행, 허리를 살짝 들어 올린 상태에서 한 발은 땅에 딛고, 나머지 한 발은 허공을 향해 쭉 뻗는다. 허벅지와 한쪽 뱃살 근육이 팽팽하게 조여 오는 것을 느끼면서 10분간 반복. 타이머 소리에 맞춰 일어나기로 한다. 이제 '몸에 관한 책'에 대해 쓸 준비가 된 것 같다.
최근 오십견 때문에 도수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데, 그래서인지 부쩍 몸에 관한 책 제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살 빼고 몸 만들자는 실용서 말고, 자기 몸을 마주 보고 대화한 진솔한 기록들. 자기 몸을 방치하거나 싫어하다가 결국은 좋아하고 받아들이게 된 과정들. 지루한 재활 과정 속에서 류은숙의 <아무튼, 피트니스>를 만났다. 비록 내 왼쪽 어깨는 시원하게 '만세'를 하지 못하는 상태지만, 다 읽고 나니 좋은 책을 만난 기쁨에 만세를 외쳐야 할 것만 같다.
"운동(movement)을 한 지 25년이 넘었다. 쉰이 될 무렵 여러 군데가 아프고 나서부터 운동(excercise)으로 피트니스를 시작했다"는 류은숙 님은 인권운동 사랑방 창립 멤버로 지금은 인권연구소 '창'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아무튼, 피트니스>는 <인권을 외치다> <심야 인권 식당> <일터 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과 함께 저자의 책 목록에 나란히 오르게 됐다.
운동(movement)과 운동(excercise)은 그저 동음이의어일 뿐일까? '몸'이라는 주제가 '인권'과 동떨어져 보이는가?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내 몸의 소리를 경청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 신호를 무시하고선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일 에너지 같은 건 생성되지 않는다."(126)고 말한다. 자기 몸의 소리를 제대로 경청해본 사람만이 타인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26페이지의 문장을 통째로 내 몸에 새기고 싶어 진다.
깨달음에 대해서 말했으니, 이제 반짝거리는 재미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가 된 것 같다.
류은숙의 인생 첫 퍼스널 트레이너인 '나이스'는 신해철과 장국영은 모르지만 브랜치 워런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이십 대 남자. 류은숙은 큰 옷 전문점에서 옷을 사 입고 술과 안주를 사랑하는 오십 대 여자. 류은숙은 나이스에게 책을 선물하고, 나이스는 류은숙에게 덤벨을 선물한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체육관에서 서로 의존하고 상호작용한다. 이 구도만 봐도 뭔가 시트콤 한 편 나올 것 같지 않은가? 실제 두 사람이 세트와 세트 사이 나눈 대화들을 읽노라면 시트콤을 글로 읽는 것 같아 배를 잡고 웃게 된다.
하지만 결국 류은숙은 지구를 버티듯 체스트 프레스를 해내고, 죽을힘을 다해 데드리프트를 해 냈다. 그 몸의 느낌은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낯선 도구들과 근육의 이름, 운동의 명칭들이 내 몸의 바깥, 미지의 세계에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당분간 몸에 관한 책들을 읽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