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 모레나에서 그 유명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공무집행방해죄로 '성스러운 형제단'에게 붙잡힐까 봐 두려웠던 산초는 배은망덕한 죄수들 때문에 우거지상이 된 돈키호테를 모시고 '시에라 모레나 산맥'으로 가 며칠 숨어있을 계획을 세웠다. 죄수들이 짐을 털어 가버렸으나 다행히 음식 자루만은 남아있었기에 산초는 힘을 낼 수 있었다.
산으로 들어간 돈키호테와 산초는 우연히 길에 떨어진 손가방과 커다란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 안에는 깨끗한 옷과 금화, 사랑의 시가 적힌 메모장, 러브레터가 들어 있었다. 금화 주머니를 갖게 된 산초는 그동안 고생한 대가라 생각해서 기뻤고, <슬픈 몰골의 기사 돈키호테>는 가방의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올바른 마음의 소리에 따라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산에서 산양 치기를 만나 돈가방과 남자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준수한 청년이 산에 들어오더니 가진 것을 다 버리고 고행을 하는데 배가 고프면 자기들의 식량을 훔쳐먹는다는 것이었다. 측은지심에 먹을 것을 무료로 줄 테니 자기들을 때리며 음식을 훔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가끔씩 발작을 일으킬 때는 통제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산양치기들은 선의의 마음으로 청년을 강제로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해주려 의논 중이라 했다.
산양치기는 돈가방에 대해서 자기가 도둑으로 오해받을까 봐 만지지 않았단다.
* 레벨 1. 산초 :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금화가 든 주머니를 보자 가지고 싶어 주인을 찾지 말자고 했다. 남의 물건을 탐해서는 안되지만 주인이 없는 경우라면 마음속의 악마가 속삭인다. 그냥 가져~
길에 떨어진 임자 없는 돈을 보면 얼른 줍게 마련이니 산초를 너무 비난할 수는 없겠다. 다만 만원 정도의 소액이 아니라 금화 1백 에스쿠도라면 금액이 너무 큰 게 문제다. 경찰에게 잡히면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될 텐데 산초, 신고하거나 돌려주고 보상금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
* 레벨 2. 산양치기 :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속담을 인생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는 산양치기는 오해받을 만한 행동은 처음부터 아예 하지 않는다. 주인을 찾아줄 것도 아니면서 남의 물건을 뒤적거려봤자 시간낭비고, 봤을 때 귀한 물건일 경우 '가질까 말까'하는 고민이 생겨 마음이 어지러울 테니 눈 질끈 감고 돈가방을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게 속편할지도!
* 레벨 3. 돈키호테 :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말씀처럼 돈키호테는 금화 가득 든 가방을 보고도 주인을 찾아주려고 숲 속을 헤맸다. 죄수들에게 몽땅 털려 알거지가 된 상태에서도 내 것이 아니면 탐하지 않는 깨끗한 마음은 본받아야 할 것이다. 어려운 이를 도우려는 봉사정신과 물질에 흔들리지 않는 청렴함으로 무장한 사람이 공무원이 돼야 하는데 나랏님은 뭐하시나!
산양치기의 말을 들은 돈키호테는 청년을 돕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는데, 그 순간 젊은 청년이 혼자 중얼거리며 나타났다. 거의 알몸 차림에, 덥수룩한 수염, 산발한 머리, 찢어진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흉한 몰골의 누더기 기사>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나, 가죽옷에서 고급 향수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서 신분이 낮을리가 없다고 여겨졌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