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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드 Oct 01. 2022

쉽게 읽는 돈키호테 1-23

시에라 모레나에서 그 유명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공무집행방해죄로 '성스러운 형제단'에게 붙잡힐까 봐 두려웠던 산초는 배은망덕한 죄수들 때문에 우거지상이 된 돈키호테를 모시고 '시에라 모레나 산맥'으로 가 며칠 숨어있을 계획을 세웠다. 죄수들이 짐을 털어 가버렸으나 다행히 음식 자루만은 남아있었기에 산초는 힘을 낼 수 있었다. 


* 산초 : 물러나는 것은 달아나는 것이 아니며, 위험이 희망을 앞지를 때 그저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분별 있는 행동이 아닙니다요. 지혜로운 자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삼갈 줄 알고, 하루에 모든 것을 모험하지 않습니다요.(322p.)


산으로 들어간 돈키호테와 산초는 우연히 길에 떨어진 손가방과 커다란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 안에는 깨끗한 옷과 금화, 사랑의 시가 적힌 메모장, 러브레터가 들어 있었다. 금화 주머니를 갖게 된 산초는 그동안 고생한 대가라 생각해서 기뻤고, <슬픈 몰골의 기사 돈키호테>는 가방의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올바른 마음의 소리에 따라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산에서 산양 치기를 만나 돈가방과 남자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준수한 청년이 산에 들어오더니 가진 것을 다 버리고 고행을 하는데 배가 고프면 자기들의 식량을 훔쳐먹는다는 것이었다. 측은지심에 먹을 것을 무료로 줄 테니 자기들을 때리며 음식을 훔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가끔씩 발작을 일으킬 때는 통제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산양치기들은 선의의 마음으로 청년을 강제로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해주려 의논 중이라 했다.


산양치기는 돈가방에 대해서 자기가 도둑으로 오해받을까 봐 만지지 않았단다.

악마란 놈은 참 묘해서 어찌 된 영문인지도 모르게 발밑에서 벌떡 일어나 인간이 걸려 넘어지게 하거든요(331p.)


>> 인간의 3단계

* 레벨 1. 산초 :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금화가 든 주머니를 보자 가지고 싶어 주인을 찾지 말자고 했다. 남의 물건을 탐해서는 안되지만 주인이 없는 경우라면 마음속의 악마가 속삭인다. 그냥 가져~

길에 떨어진 임자 없는 돈을 보면 얼른 줍게 마련이니 산초를 너무 비난할 수는 없겠다. 다만 만원 정도의 소액이 아니라 금화 1백 에스쿠도라면 금액이 너무 큰 게 문제다. 경찰에게 잡히면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될 텐데 산초, 신고하거나 돌려주고 보상금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


* 레벨 2. 산양치기 :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속담을 인생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는 산양치기는 오해받을 만한 행동은 처음부터 아예 하지 않는다. 주인을 찾아줄 것도 아니면서 남의 물건을 뒤적거려봤자 시간낭비고, 봤을 때 귀한 물건일 경우 '가질까 말까'하는 고민이 생겨 마음이 어지러울 테니 눈 질끈 감고 돈가방을 모르는 척 지나가는 게 속편할지도!


* 레벨 3. 돈키호테 :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말씀처럼 돈키호테는 금화 가득 든 가방을 보고도 주인을 찾아주려고 숲 속을 헤맸다. 죄수들에게 몽땅 털려 알거지가 된 상태에서도 내 것이 아니면 탐하지 않는 깨끗한 마음은 본받아야 할 것이다. 어려운 이를 도우려는 봉사정신과 물질에 흔들리지 않는 청렴함으로 무장한 사람이 공무원이 돼야 하는데 나랏님은 뭐하시나! 





산양치기의 말을 들은 돈키호테는 청년을 돕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는데, 그 순간 젊은 청년이 혼자 중얼거리며 나타났다. 거의 알몸 차림에, 덥수룩한 수염, 산발한 머리, 찢어진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흉한 몰골의 누더기 기사>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나, 가죽옷에서 고급 향수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서 신분이 낮을리가 없다고 여겨졌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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