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와 교단 회원이 벌인 점잖은 논쟁과 다른 사건에 대하여
* 돈키호테 : 온 국민이 다 재미있게 읽고 있고 국가의 허가를 받아 출판된 책들이 어째서 거짓말이란 거요?
기사소설은 누가 읽어도 재미있고 우울증도 치료하며 꿈과 용기를 줍니다. 나는 편력기사가 되고 나서부터 용감하고 정중하고 자유롭고 교양 있고 관대하고 정중하며 대담하고 온유하고 참을성 있으며 고난도 감옥도 마법도 견뎌 내는 사람이 되었소.(751p.) 지금은 비록 우리에 갇혀 있지만 빠른 시일 안에 황제가 될 예정이오.
단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나의 충직한 종자에게는 백작령을 내려줄 예정인데 산초가 그 영지를 다스릴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거요. 영지를 다스리려면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닐 텐데......
* 산초 : 나리, 저는 영지를 다스릴 능력이 충분합니다요. 만약 제가 능력이 안되면 영지를 임대해서 임대료 내는 사람들이 다스리게 하면 되고요. 저는 임대료만 챙기며 즐겁게 살면 됩니다요. 그리고 어떤 능력이든 가지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은 몸과 영혼을 가졌으니 저라고 왕이 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요? 저는 왕이 되면 원하는 대로 할 거고 원하는 대로 하면 기분이 좋고 기분이 좋으면 만족스럽게 살 수 있고 만족스럽게 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고 더 이상 바랄 게 없으면 얘기 끝난 거지요.
>> 남을 속여 자신의 이득만 챙길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단 하나의 장점도 없는 책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편력기사 소설로 꿈과 희망을 찾은 돈키호테에게 응원을 보낸다. 나이 오십에 아내도 자식도 없다면 책과 연애하는 건 건전하다 못해 바람직하다고 해줘야지.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과 무엇이 다르랴. 기사 소설을 그대로 다 따라 하라는 건 아니다. 그 속 있는 좋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정의와 사랑을 믿고 약한 자를 배려하며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마음은 박수받아야 한다. 나이가 좀 많다는 걸 문제 삼으신다면 그만한 나이가 되지 않고서 어떻게 현실을 포기하고 이상을 추구하려고 용기를 낼 수 있었겠냐고 반문하고 싶다. 허황되다고 말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그런 세상은 책 속에만 있을 것이라며 체념한다면, 돈키호테는 책 속에 있다면 현실에서도 구현 가능하다고 외치는 거다. 우리가 그 외침을 모른 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 텐데.
음식을 가지러 객줏집으로 심부름 갔던 하인이 돌아와 다들 나무 그늘에 앉아 식사를 했다. 그때 근처에 있던 산양과 산양치기가 나타났고, 마음 좋은 우리의 등장인물들은 함께 먹자고 권했으며, 산양지기는 감사해하며 자기가 왜 여기서 산양을 돌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시작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