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와 산양치기의 싸움과 고행자들의 노력으로 행복한 결말을 맺다
산양치기의 사연을 들은 사람들은 다들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
* 돈키호테 : 산양치기 친구여, 당신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하오. 내가 기필코 아버지 때문에 수도원에 갇힌 레안드라를 구출해 그대에게 돌려주겠소. 물론 지금 내가 사악한 마법에 걸려 더 이상 나빠지지만 말아달라고 기도하는 처지이긴 하지만 나는 편력기사의 의무를 다할 것이오
* 이발사 : 이 분은 모욕을 물리치고 뒤틀린 것을 바로 잡으며 아가씨들을 보호하고 거인들을 놀라게 하며 싸움에서 승리하는 그 유명한(765p.) <슬픈 몰골의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 님이시오
* 산양치기 : 편력 기사 소설에 나오는 그 기사 캐릭터랑 비슷한 말을 하는군요. 이런 형편없는 몰골로 남을 돕겠다니 농담 아니면 머리가 빈 거 아닙니까?
산양치기의 말에 기분이 나빠진 돈키호테가 옆에 있던 딱딱한 빵을 산양치기의 얼굴에 정통으로 세졌고 코에 맞아 아팠던 산양치기는 주먹질로 돈키호테의 얼굴을 때려 피범벅이 되게 했다. 산초는 말리려고 노력했으나 교단 회원과 신부님, 이발사는 재미있다고 웃기 바빴다.
>> 최근 들어 자주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데 내가 먼저 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언뜻 차갑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선량한 의도와는 달리 도와줘봤자 고마워하지도 않고 어쩌면 스스로 헤쳐나갈 기회를 뺏는 것일 수도 있다. 방법을 몰라 막막했던 나의 옛날이 떠올라 도와준 것인데 상대방이 의외로 간섭이나 잘난체로 받아들였을 때 섭섭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남이야 그렇다 쳐도 자녀를 키울 때 도움주기를 자제하는 것은 더 어렵다.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맘일까. 실패해도 배우는 것이 있고 실력이 쌓여 발전하는 것인데 좀 내버려 둘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나의 선한 의도가 혹시 상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진 않나 살펴야 하고, 반대로 내게 도움을 주겠다며 다가오는 타인의 호의를 거절해야 할 때는 무안하지 않도록 정중해야 해서 역시 인간관계는 어렵다.
서로 싸우다가 지친 그때, 멀리서 나팔소리가 들렸고 한 시간만 휴전하기로 했다. 나팔소리가 들리는 곳에서는 하얀 옷을 입은 고행자들이 근처 암자로 가고 있었는데, 그들은 최근 가뭄으로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성모상을 상복으로 덮어서 함께 옮기고 있었는데, 이 모습이 돈키호테에게는 악당들이 어느 귀부인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으로 보였다.
* 돈키호테 : 하얀 옷을 입은 자들이여! 너희들이 얼굴을 가리고 가는 이유는 분명 좋지 않은 일을 했기 때문이겠지. 슬픈 얼굴을 한 그 아름다운 부인을 당장 풀어 주어라. 나는 모욕을 쳐부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으니 그녀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돈키호테의 황당한 말에 고행자들이 웃음을 터트렸고 돈키호테는 자기를 비웃는 자들을 향해 칼을 뽑아 들었다. 고행자들 중 한 명은 돈키호테의 칼을 방어하려고 굵고 긴 막대기를 휘둘렀는데, 여기에 맞은 돈키호테가 말에서 떨어졌다. 돈키호테가 땅에 뻗어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자 산초는 주인이 죽은 줄 알고 통곡했고, 막대기를 휘둘렀던 시골 사람은 자기가 사람을 죽인 줄 알고 줄행랑을 쳤다.
* 산초 :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다) 나리, 집을 떠나온 지 17일 만에 몽둥이 한 방에 돌아가시다니요. 나리가 없으면 온 세상이 악당으로 넘쳐날 것입니다요. 거만한 자에게는 비굴하셨고 겸손한 자들에게는 오만하셨으며 위험을 무릅쓰시고 모욕에 시달리시며 이유도 없이 사랑에 빠지시고 착한 사람들을 따르시고 나쁜 사람들의 채찍이 되셨으며 천박한 자들의 원수가 되셨던(770p.), 편력기사님이시여!
* 돈키호테 : (산초의 울부짖음에 시끄러워서 기절했다가 깼다) 산초.... 나 아직 안 죽었네. 마법에 걸린 수레에 좀 태워주게. 힘들어서 더는 움직일 수가 없어
이로써 고행 행렬은 자기 갈길을 가고, 관리들은 더 이상 같이 가고 싶지 않다며 돈을 받고 떠났으며, 교단 회원은 신부님에게 돈키호테의 소식이 궁금하니 편지해달고 청하며 헤어졌다.
6일 후 일요일 대낮, 드디어 돈키호테의 고향에 도착했다. 마침 마을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있었는데, 우리에 갇혀 돌아온 이달고 님을 보고 다들 놀랐다. 집 떠난 지 23일 만에 돌아온 돈키호테의 얼굴은 누렇게 뜨고 비쩍 말라있어 조카딸과 가정부는 편력 기사 소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남편을 다시 만난 산초의 아내 후아나는 돈키호테 나리의 종자로 취직한 남편이 무엇을 가지고 돌아왔는지 궁금했다.
* 후아나 : 무사히 돌아와서 기뻐요. 여보. 당나귀는 멀쩡한가요? 제게 줄 예쁜 옷이나 자식들 줄 신발이라도 사 가지고 왔어요?
* 산초 :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데.... 나중에는 섬을 가져올 수 있을 거야. 힘들긴 했어도 공짜로 객줏집에서 잘 수 있고 여러 모험을 할 수 있었다는 건 좋았어.
: <돈키호테>를 함께 읽기 해주신 독서모임분들 덕에 완독을 넘어 브런치에까지 올 수 있어 감사드린다. 두께 때문에 지레 겁먹었다가 술술술 잘 읽혀서 놀랬고, 박장대소하며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전이라 즐거웠다. 그림으로 요약해본 첫 책이다 보니 영원히 애정 할 책 목록 1호다.
남들이 뭐라든 자기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현실주의자에 귀가 순한 나는 안될 성싶은 것에 포기도 빠른데, 아름답고 불가능한 것을 꿈꾸는 돈키호테를 보며 꿈이라는 건 빠른 성취만 뜻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 들었다. 내가 소망하는 정의로운 세상이 후대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는 거고 누군가는 그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세상 모두가 아니라고 말할 때 그 처음이 되는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마법사까지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리적 고통을 겪을지도 모르겠다. 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수없이 외쳐야 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세상이 있다면 그대로 꿈꿔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돈키호테. 위안과 희망을 느낀다.
여러분, 돈키호테 2권이 곧 시작됩니다. 2권은 1권보다 더 술술술 잘 읽혀서 가독성이 좋습니다.
기왕 시작한 거 끝까지 완독 해보아요!
To be continued......